김석붕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당진신문=김석붕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요즘 한국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위기론은 일부언론이 과장해 만든 것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포용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으로 말하기도 한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의 한 교수는 “한국 경제는 현재 F 학점도 주기 어렵다. 생산과 분배 모두 실패했다."고 단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자영업자 폐업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러함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밀고나갈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여전히 화제다. 한 여기자의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도 화제이지만,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는 대통령의 말이 어떤 근거로 한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정책자들의 잘못된 ‘자기확신’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떠한 근거에 의해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2018년판 <유엔인간개발보고서>를 보면 세계 154개국 중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는 선진 일류국가와 대등하다. 소득불평등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보면 한국은 0.316으로 룩셈부르크(0.312), 독일(0.317), 아일랜드(0.319), 일본(0.321)과 비슷하다. 중국과 미국은 0.4를 넘어 소득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하다. 또한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상위계층의 점유율 크기를 나타내는 ‘팔마 비율(palma ratio)’과 ‘퀸타일 비율(quintile ratio)’은 한국이 1.2로 독일, 아일랜드, 일본, 룩셈부르크 등과 같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현 한국경제 문제의 핵심은 분배보다는 생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본질에 대한 대통령의 통찰력이 아쉬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말한 대통령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하다.

반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위기에 대한 대책은 사뭇 다르다. 필자는 1989년 삼성그룹 제일기획에 입사하여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삼성은 그 동안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고 세계 톱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삼성 발전의 원동력은 본질을 꿰뚫는 이건희 회장의 통찰력과 조직적인 위기의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회장의 신경영은 회사는 물론 개개인이 가져야할 의식을 명확히 했고, 1997년 외환위기는 오히려 삼성이 세계일류회사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뼈를 깎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혁신을 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의미로, 자기비하적이며 냉소적인 표현인 ‘헬조선(hell-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2014년에 처음 등장한 이 말은 2015년에 3000건을 넘으며 화제의 검색어가 되기도 했고 2016년에 8000건을 넘어 정점을 찍은 후 2018년에는 1900건으로 급감했다. 이런 자조적인 분위기는 땅콩회항, 세월호, 금수저, 갑질 등 다양한 개별의 문제들이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개별적인 사건을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반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는 2015년 3월 26일, “청년들이여. 평등을 요구하십시오”, “세상 탓입니다”, “최대 피해자는 20~30대, 시대가 강요했다”, “한국은 모든 게 최악이다”고 주장하며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기가 인터넷시대에는 잘못된 정보 하나가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많은 집단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집단 패닉 상태로 몰고 가기도 한다. ‘헬조선’도 그러했다.

세계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무역액 1조천억 달러, 무역액 세계 9위, 수출 세계 6위, 10년간 무역흑자 등의 경제실적과 세계 청소년을 사로잡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있고, 월드컵, 동계올림픽, 하계올림픽, 엑스포, 세계육상대회를 모두 개최한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이미 사라졌고, ‘코리아업카운트’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범상치 않은 것이 분명한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의식 속에서 지도자의 ‘정확한 자기진단’과 더불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자기확신’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현실인식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며 그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며 모조리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만큼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이 중요하다.  완벽한 사회란 있을 수가 없다.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어려움도 많이 있다. 다만,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행복하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제일기획에 같이 근무한 황인선 씨는 그의 저서 ‘꿈꾸는 독종’에서 우리는 위기에 강한 문화근육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칭하며, 우리는 ‘독종’정신으로 성공했고, ‘꿈꾸는 독종’으로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듯이 대통령은 ‘최악의 국가’라는 인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이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공감이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은 이심전심과 같은 것이다. 국민과 대통령의 공감대가 커지기를 바란다. 다시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맙시다. 우리는 위대한 독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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