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오피니언] 깨어있는 농민이 흔들리지 않는다
[당진신문 오피니언] 깨어있는 농민이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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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5 07:00
  • 호수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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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숙 (준)당진시여성농민회 준비위원장

[당진신문=한윤숙 (준)당진시여성농민회 준비위원장]

당진시의 학교급식센터에 처음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한 것은 4년 전이다. 충남도가 추진하는 ‘로컬푸드 참여 소규모재배농가 원예시설지원 사업’에 선정돼 온실을 통해 처음 친환경 애호박을 길렀다. 더 기뻤던 것은 고되지만 정성스럽게 친환경으로 기른 애호박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한 불신을 실제로 드러냈던 그 애호박 사건의 당사자다.

센터로 처음 농산물을 납품하러 갔을 때 센터 측은 농민들에게 1등급의 품질을 요구했다.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시원찮은 농산물을 갖고 가면 짜증을 내기 일쑤였고, 문전에서 반품을 시켰다. 농민들에게 매입한 가격보다 세 배 가까이 받으려니 얼마나 좋은 제품들이 필요했을까?

‘학교급식에는 치사해서 못 넣겠다’면서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갔다. 농민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면 센터에서는 영양사들이 까탈을 부려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책임을 떠 넘겼다.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친환경 애호박 등 적은 농산물이었지만 내가 키운 농산물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농산물을 어렵더라도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영양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영양사들을 직접 만나서라도 설득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렇게 처음 마련된 자리에서 (조공법인 입장에서) 사단이 난 애호박 사건이 터지게 된다. 서로 소통을 시작하자마자 급식센터 운영의 불투명성과 불만이 터져 나와 버린 꼴이다.      

그 전까지 농민들은 영양사들 나쁘다고 욕만 해 댔다. 직접 만나 볼 생각도 못할 정도로 농민들은 용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통’ 속에서 센터 운영의 잘못들이 가장 크게 드러났다. 물론 조공법인 측은 인정을 안하겠지만...

지금의 상황도 똑같다. 농민들은 조공법인말만 듣고 다른 쪽 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욕만 한다. 2016년 처음 애호박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질책한 것은 센터가 아니었다. 같은 농민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중 가장 답답한 것은 친환경급식농가라고 하나 있는 단체가 저지르는 횡포에 당진시학교급식이 나날이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양사들은 당진산 친환경 농산물이 없어서 못쓰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농가를 육성해야할 급식센터와 친환경급식단체가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서 다른 농가의 참여를 방해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직접 급식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들은 제 목소리도 못 내고 있는데 수매하는 농산물이 급식에 들어간다는 논리로 급식농가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친환경 대농들은 당진시의 보조사업 혜택을 독점하고 있고, 혹여나 그에 대한 이권을 빼앗길까 다른 농가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이는 오늘날의 당진 친환경급식농가가 발전하지 못하고 궁지로 내몰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감히 말한다. 실제 친환경단체의 농가 중에 얼마나 많은 이가 직접 급식에 농산물을 제공하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급식으로 들어가는 농산물 양이 적어서 재배를 못한다고 한다. 급식과 더불어 판로확보를 하기 위해서 생산농가들에 힘을 실어주고 지원을 해야 한다. 농민들이 먼저 깨어 있지 않으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똑똑한 소수의 대농들에게 우리 땅을, 우리의 건강한 농산물을 내어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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