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덮친 ‘검은 가루’... 19일 새벽 발생 추정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최근 당진화력 저탄장 발화사고에 이어 석탄가루로 추정되는 검은가루가 온 동네를 뒤덮으면서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당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서 석탄가루로 추정되는 검은 가루가 온 마을을 뒤덮었다. 김장을 하기 위해 준비한 배추까지 시커먼 가루가 묻어있었다. 그렇잖아도 저탄장 발화사건으로 놀란 주민들은 이 분진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서 석탄가루로 추정되는 검은 가루가 배추속까지 내려 앉았다.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서 석탄가루로 추정되는 검은 가루가 배추속까지 내려 앉았다.

사실 교로리에 석탄가루가 날리는 것은 비단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19일 당일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한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교로3리에 살고 있는 임 모 씨(64세)는 “2살짜리 손자가 마루에서 놀면 발바닥에 가루가 까맣게 묻어나곤 한다”며 “김장을 위해 배추를 딴 날이 오늘(19일)이다. 하필 오늘 아침 석탄가루가 심하게 떨어졌다. 배추의 겉은 당연히 다 버리고 속 것을 세 번 닦을 것을 네 번 다섯 번을 닦아서 겨우 김장을 하려고 절여놨다”고 설명했다.

교로3리에 살고 있는 김 모 어르신은 “오늘(19일)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석탄가루가 밭에 까맣게 앉았다. 심어둔 배추는 닦아도 먹지 못할 것 같다. 당진화력 사장이 동네서 같이 살아야 대책이나 마련할 런지 모르겠다. 당진화력 직원들은 안전한데서 멀리 나가서 살고 지역 주민만 남아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진화력 앞 민가에서 김장을 준비하는 한 가정에서는 “이제는 밭이 있어도 배추를 심지 않는다. 모두 사다가 김장을 한다. 그걸 언제 다 씻으며 김장을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당진화력의 교로1리 유병수 이장은 “당진화력과 인접한 교로리는 밭작물은 내다 팔기는커녕 농사 지은 사람도 먹지 못한다고 봐야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커멓게 변한 건 배추뿐 만이 아니다. 마을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도 새카맣게 변해있다. 얼핏 보면 먼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집집의 창틀도 사정은 똑같다. 곳곳이 새카만 먼지들로 쌓여 있다.

마을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에도 시커먼 가루가 내려 앉아 있다.
마을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에도 시커먼 가루가 내려 앉아 있다.

당진화력측은 “19일 오전부터 관련부서로 주민들의 민원전화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석탄가루 날림에 대해 지난 주말과 월요일까지 사고 발생 원인을 찾고 있다. 풍향, 풍속, 특이 작업 등 모두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당진화력에서 저탄장 발화사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건강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이전부터 확인된 석탄가루 날림 현상과 비슷한 것으로 봐서는 저탄장에서 날아 온 석탄 가루로 추정된다”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겠지만, 옥내형 저탄장 추가 건설 속도를 높이는 등의 대책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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