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체험마을에서 6차산업 길을 묻다

[당진신문=김희봉 객원기자] 실패한 체험마을에서 6차산업의 길을 묻고 농민이 가야 할 길을 찾아 본다. 그동안 성공한 사례나 보도는 많았지만 실패한 사례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취재에도 실패한 마을 대표자들을 섭외했지만 대부분 취재를 거부했다. 그래서 이번 취재는 당진지역의 체험마을이 왜 실패했는지 실패 원인을 각계 농민에게 들어 보기로 한다.

우선 당진시 농업정책과에 당진시 체험마을 현황에 물었다. 손혜진 주무관은 “당진에는 5개 체험마을이 조성되어 운영되는데 4개 마을은 실적이 좋은 반면 어떤 마을은 구성원이 연세가 많아서인지 사무장 운영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체험마을의 사업평가는 충남도와 공동으로 연 1회 현장방문으로 실시한다. 연중 실적평가는 ‘루코스’라는 농촌체험 휴양마을사업 관리시스템을 통해 들어가 보면 매출실적이 나온다. 현재 당진시는 사무장 급여와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을 뿐, 현재 시설지원은 물론 시설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당진시의 말처럼 한곳을 제외한 다른 곳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 있을까?

십수년 째 방치 되는 농촌체험마을
첫 번째 찾아간 곳은 면천면 삼웅리다. 이곳은 2002년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마을 중심에는 회관과 공동식당 등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마을로 보였지만 현재는 이용되지 않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체험마을에 대해 묻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피했다.

2002년에 지정됐지만, 현재 이용되지 않고 십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면천면 삼웅리 농촌체험마을.
2002년에 지정됐지만, 현재 이용되지 않고 십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면천면 삼웅리 농촌체험마을.

어렵게 전화통화에 응한 한 농민은 “농촌체험마을 사업이 2002년도에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매스컴에도 나오고 당진시도 적극 지원해줘서 잘나가니까 주민들도 협조가 잘되더라. 그런데 지원도 줄고 사업이 잘못돼 시청공무원이 징계 받고 난 뒤부터는 주민들도 찬반으로 갈라졌다. 이후에 사업자체가 중단되어 십 수 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로부터 동업은 마누라하고도 하지 말라 했는데 체험마을은 공동사업으로서 주민 간에도 다 기여도에 편차가 있는데 수익분배는 똑같이 달라고 한다”라며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했다.

특히 삼웅리로 귀촌한 유재석 전 이장에게 삼웅리 체험마을의 실패 이유에 대해 묻자 “내가 고향에 내려왔을 때는 이미 사업이 마지막 상태여서 얘기만 전해 들었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보이는 실적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건물 등 시설 같은 외적인 성장에 몰입된 것 같았다”라며 조심스럽게 전했다.

유 이장에 따르면 사업추진에 있어 주민들의 여건이나 처지는 고려되지 않아 따라가기 급급했으며. 사업자체가 주민 편익보다는 전시행정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탈자가 생기고 일부 주민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는 것.

당진포리 당나루물꽃승마체험마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 주말캠핑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그나마 좋아지고 있는 편이다.(사진=당진시공식블로그)
당진포리 당나루물꽃승마체험마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 주말캠핑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그나마 좋아지고 있는 편이다.(사진=당진시공식블로그)

또 다른 체험마을인 당진포리의 ‘당나루물꽃승마체험마을’의 강건구 전 대표는 “7년 전에 처음 10명이 2천만원씩 투자해서 운영했는데 이익배당은 고사하고 사무장 월급 주기 급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점은 일부 주민들이 우리가 돈 먹은 것도 없는데 먹었다고 민원을 제기하니까 공무원들은 좋아하지 않더라. 그래도 주민들이 협조를 잘해서 주말에는 캠핑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낚시터를 개선해주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공동체조성의 실패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체험마을 실패의 여러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공동체조성의 실패로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체험마을에 참여하고 있는 가 모 씨는 “체험마을 운영이 잘 안돼 주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없다. 농산물도 딴 동네 것 구입해 팔고 있고, 운영 공개 한 번 하는 것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체험마을에 살고 있는 강 모씨도 “체험 마을이라 함은 주민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몇몇 사람이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험프로그램이 단순하고 특정한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진시가 추진해온 체험마을사업은 일부 몇 개 사업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주민들과 공동으로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았다. 특히 사업이 5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사무장 급여도 해결 못 하는 어려운 수준이다.

당진시의 행정지도가 탁상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실효적으로 준비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전망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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