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당진산악회 고문 최문식

[당진신문=최문식 재경당진산악회 고문]

2,047회 산행과 제주올레길(425km)을 완주하고

등산이란 ‘정직함’과 ‘겸손’을 일깨우는 인생의 수련장이다. 오로지 한 걸음 한 걸음 구슬땀을 흘리지 않고는 오를 수가 없는 것이며 돈을 주고도, 머리를 써서도 할 수 없이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듯 인생살이와 같다.

‘정상‘을 밟고 산 아래 주변 경관을 바라보았을 때 시야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에 절로 가슴이 열린다. 이 상쾌함은 산을 올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그렇지만 목적지로 되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 자신과 능력을 알아야 한다. 등산은 산의 정상을 올랐다 내려가는 것이지, 정복이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
 
산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정말 큰일 난다. 남이 한다하여 따라 해서도 안 된다. 처음 시작해 30분에서 1시간은 천천히 자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몇 시간 만에 정상을 올랐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자칫 체력이 소모되면 사고로 이어진다. 산은 100m 오를 때마다 0.6~7℃씩 체온이 떨어지며, 평소보다 240배나 빨리 떨어뜨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만큼 쉽게 산에 갈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서울에만 해도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등 전철로 가서 바로 등산할 수 있는 곳이 무수히 많다. 등산 인구가 많아 진 것은 ‘88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건강에 신경 쓰게 되면서 부터다. 아마 집집마다 한 사람 당 배낭과 등산화 한 켤레씩은 있을 것이다.

내가 산을 처음 오른 것은 육본에 있었던 1966년 봄이다. 동신에서 천으로 만들어진 등산화를 신고서 주말을 이용해 동료들과 안양의 삼성산에 올라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 뒤부터 취미로 해온 사진촬영을 산(山)사진 중으로 돌려 명산에서 촬영도 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가슴이 확 트이며 뭉클해지는 그 때의 쾌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그 후 직장산악부를 통해 다니다 산을 좋아하는 동호인 18명이 1970년 1월18일 ‘HEKLA산악회’란 사조직을 구성했다. 매주 고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산을 오르면서 사진을 좋아해 사진작품과 등산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처음으로 72년도에 설악산에서 촬영한 ‘설악영봉’으로 조선일보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나는 퇴직할 때 사진작품 전시회를 꿈꿨다. 작품 활동을 하며 여러 곳에서 40여점의 작품이 입상과 입선을 했지만, 거주지를 이주하면서 원본필름을 잃어버려 사진작품 활동을 1991년도에 접게 되었다.

1992년 2월 23일에는 재경당진군민의 화합과 친목도모를 위하여 재경당진산악회를 조직·창설해 총무와 대장(9~12년), 회장을 거쳐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산행할 때마다 선두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선두를 추월해서 가지 말라는 뜻이며 코스를 이탈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재경당진산악회가 출범된 이후로 2000년대에 몽산, 상록, 송악, 신평, 한마음 산악회 등 면단위 산악회가 많이 탄생해 흐뭇하지만 하산 후에 뒤풀이가 좀 과한 것 같아 취지와 다르게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앞으로 2,000번째 산행은 설악산이라도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때마침 지난해 5월 20일 재경당진산악회 창립25주년을 기념하는 산행으로 더 높은 한라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행운이었다. 이런 자리를 제공해 준 재경당진산악회 회원(80여명)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힘든 산행을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수동적이던 나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1972년~74년, 1980년~82년까지 약 6년간 직장산악부의 간사와 사조직인 HEKLA산악회의 리더로 30여 년을 활동하게 됐다.

노동조합 주관 서울 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본부 등산대회 심사위원장으로도 참석했으며, 1998년 1월에는 직장에서 최고의 등산인으로 인증을 받았다. 퇴직하고서도 산에 가는 것도 계속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다녀 보고자 하는데 함께 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고령과 무릎 고장으로 함께 산에 가지 못함이 안타까워 생각하던 차에 2010년 3월 12일 ‘江따라 山따라 道따라’란 둘레길 동호회를 직장동료, 교육계, 학교 동창들과 함께 조직했다.

그렇게 서울성곽길(18.2km)을 시작으로 북한산둘레길(70km)과 서울둘레길(157km) 2회, 강화나들길(310.3km), 평화누리길(191km)을 비롯해 2013년부터 시작한 제주올레길(425km)도 6년만인 지난 10월 4일을 끝으로 완주했다. 스스로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이제는 건강이 하락한다면 ‘서울에서 땅끝마을 해남’까지(천안까지 2회 완료)의 삼남길과 전국의 둘레길을 걸을 것이다.

요즘 나는 제주올레길을 시간에 쫓겨 걷기에만 치중한 것 같아서 이제 여유를 갖고 ‘놀멍 쉬멍’하며 자연경관을 영상에 담아 오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2019년이나 2020년에는 다시 한 번 도전 해야겠다. 또한 모든 분에게 힘들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건강할 때 걷는 운동도 할 겸 도전해 볼 것도 권하고 싶다.

앞으로도 내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과 둘레길 길잡이 역할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 누구든 산 둘레길 여행 가이드를 원하면 같이 해 줄 생각이다. 등산과 둘레길을 하다 보니 2013년부터 청계천 해설사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등산과 걷기운동을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끝으로 그동안 말없이 호응해 준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며 사랑한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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