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이틀이 지난 11월 9일 아침. 전 날까지 비바람까지 불며 그리 요란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갠 하늘에 먹구름 대신 흰 구름 두둥실 떠다닙니다. 백제문화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탐방단을 마치 응원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탐방단 창단 이래 두 번째 나선 탐방 길에 참여한 단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백제의 도시 공주로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당진 합덕에서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참여한 이정순 씨는 “우리 문화를 탐방한다는 취지가 맘에 쏙 들어서 오늘 아이들 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참여하게 됐다.”며 매 달 참여하고 싶다는 말도 곁들입니다.

이미 전국의 명소를 두루 탐방해 익숙한 곳이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금 찾아보고 싶어 동참했다는 정은숙 씨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엿보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매일 일하러 나가시니까 함께 못 오셨고, 함께 온 친구는 동생이 너무 어리니까 함께 오실 수 없어서 오늘 친구 부모님을 따라 참여하게 됐어요. 학교 안에서 책으로만 만나는 역사와 문화 대신에,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다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고 결국은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하지 못하지만 친구 부모님을 따라 친구 손 꼭 잡고 와서 백제문화의 매력에 푹 빠질 준비가 돼 보이는 야무진 초등학생들도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 오려고 막내아이 어린이집에 일찍 부탁드리고 나왔습니다. 오늘만큼은 우리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문화 역사 탐방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늘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나름 고충이 있었을텐데 내색 않는 우리 아이가 고맙지요. 둘째 딸과 손 꼭 잡고 다니면서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요.”

고만 고만 한 어린아이 셋 키우는 김은희 씨는 특히 역사와 우리문화에 관심 많은 둘째 딸과 함께 동행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그렇게 함께한 단원들의 마음을 서로서로 헤아리는 동안 첫 번째 목적지 공산성에 도착합니다.

백제 때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됐다는 등의 문화관광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함께 둘러보며 걷는 길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줍니다.

다음으로 송산리고분군과 그 안에 포함돼 있는 백제 제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인 무령왕릉을 찾았습니다. 1971년 백제사에 있어서 역사적인 발굴이 이루어졌는데 바로 이곳 무령왕릉입니다. 따로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실제와 같이 재현해 놓아 직접 들어갈 수 없는 무덤 속의 궁금증을 해소해줍니다.

이어 석장리 마을 앞을 흐르는 금강 둑에 있는 선사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이곳 석장리 박물관에서는 대부분의 백성들이 살았을 움집과, 사냥하는 모습, 고구려나 신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자신들만의 그릇을 만들어 썼다는 백제인들의 토기 등 이곳에 백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어 감탄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올해 6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마곡사입니다. 이곳은 640년(백제 무왕 41)에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입니다. 절을 벗어나 오고 가는 길목에 주변 경치 또한 어찌나 수려하든지 둘러보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충남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이렇게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참여하기를 너무 잘 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고 돌아가는 김조은 씨 얼굴에서도, 함께한 탐방단의 몸짓에서도 백제의 숨결이 자꾸만 자꾸만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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