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서 재현된 면벽 근무... 휴대폰 등 전자장비 사용도 금지
충청환경에너지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 노조 설립 과정서 징계
노조 탄압 논란에... 사측 “근태불량 등 원인... 노조설립과는 무관”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보복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불리던 소위 ‘면벽 근무’가 최근 충남 당진의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이하 화섬연맹) 세종충남본부와 충청환경에너지지회는 지난 8일 당진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환경에너지의 부당징계와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충청환경에너지지회 측에 따르면 징계당사자인 K 조합원은 노조설립 다음날인 10월 23일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회사 측은 K 조합원에게 출근을 명령해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테이블형태의 좌석에서, 2일부터는 책상이 있는 자리에서 파티션 벽만을 바라보며 11일째 대기시키고 있다.

충청환경에너지지회 김복현 지회장은 “노조 설립 이후 회사는 포클레인을 운전하는 조합원 K 씨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정직 중인 조합원에게 출근을 명령해 사무실 한 귀퉁이에 대기시켜 하루 종일 벽을 보게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휴대폰, 노트북 등 어떤 전자장비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 출입 역시 상급자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도록 하는 등 인권 유린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충청환경에너지의 징계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징계처분사유설명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회사의 징계위원회는 ‘지정하는 장소 대기’, ‘대기 장소 이탈하여야 하는 경우 반드시 소속부서장에게 알려야 하며’, ‘어떠한 전자장비 사용도 금지’ 등을 적시하며 K 조합원을 징계했다.

 

당사자인 K 조합원은 “현장에서 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으로) 충격이다”라면서 “회사 업무만큼은 최선을 다해 처리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노예 취급하며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회사를 보면서 허무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징계 사유 역시 문제다. 회사 측은 K 조합원의 근태불량, 무단결근, 조기출근 지시 불이행, 근무지 무단이탈 등을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 설립(관련기사: 당진, 충청환경에너지 노조 출범, 본지 1224호) 다음날인 10월 23일 징계위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노조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K 조합원은 “잦은 지각은 대다수가 잔무 후 출근카드 체크 등의 이유였다. 무단결근이라고 하는 것 역시 퇴사를 결정했다가 회사의 개선 의지 표명으로 철회했던 사건이다. 근무지 이탈 역시 상급자의 명령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맡은 업무에 대해서 누구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할 정도로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오히려 노조 창립과 그 가입자에 대한 본보기 징계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복현 지회장도 K 조합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회사 구조상 지난 달 노조 창립을 주도했던 수송부와 이에 동조하며 가입한 운영부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을 K 씨가 해왔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K씨가 징계처분을 받은 이후 당시 노조에 가입했던 운영부 등에서 일하던 10명의 노동자가 노조를 탈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복현 지회장은 “K 조합원은 노조 창립 멤버이자 조합원 가입 권유 활동 역시 가장 열심히 해 왔다. 사측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라면서 “노조 창립식 바로 다음날 징계위를 열어 (두 부서간의 연결고리가 됐던) K 조합원에게 징계를 내린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러스트=이정원
일러스트=이정원

반면 충청환경에너지 관리팀 A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5일 근무지이탈 사건이 벌어졌고, 16일 노조설립 통보를 받았다. 노조설립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 팀장은 면벽 근무와 전자장비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내가 월급 주고 일 시키는 사람이다. 벌을 받는 기간에 휴대폰 등을 사용해 놀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이니냐”고 말하며 관리팀이 가지고 있는 현장 직원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성희롱 방지 교육을 휴대폰을 통해 보거나 자격증 책을 보고 있다. 연가도 사용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하지만 김복현 지회장은 “이미 노조설립에 대해서 그 이전인 11일 관리이사에게 알린 바 있다. 설립 통보와는 무관하게 K 조합원이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을 사측은 이미 알고 있었다”라고 반박하면서 “사무직 직원들은 자신들을 ‘권위직’이라고 말한다. 반면 현장 직원들에게는 ‘까라면 까’라는 말까지 써가며 복종을 강요해 왔다”라고 말했다.

화섬연맹 김호철 세종충남본부장은 “충청환경에너지 자본은 노조가 만들어지자마자 노조파괴, 부당징계는 물론 인권유린까지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벌어진 비참한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사측과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노무법인 성심의 인장교 노무사는 “징계사유의 모호성 문제는 논외로 한다고 치더라도 출근의무가 없는 정직 당사자에게 출근을 명령해 면벽근무 등 부당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한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청환경에너지는 지정폐기물과 사업장 일반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로 ‘대원에코그린’라는 이름이었다가 외자계 자본으로 소유주가 바뀌고 2017년 6월경 업체명이 변경됐다. 노조에서는 회사 소유가 바뀌면서 이런 상황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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