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오피니언]이제는 다문화센터의 직영을 할 때
[당진신문 오피니언]이제는 다문화센터의 직영을 할 때
  • 당진신문
  • 승인 2018.11.02 19:10
  • 호수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연 당진 다문화 방문지도사 및 지회 사무장

[당진신문=강연 당진 다문화 방문지도사 및 지회 사무장]

저는 다문화 방문 교육 지도사입니다. 다문화 방문 교육 지도사는 다문화 가족 집을 방문하여 이주 여성이나 그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물론 부모교육, 자녀생활 등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다문화 방문 교육 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 여성 중 교통이 불편하거나 임신, 출산 등으로 다문화센터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집으로 직접 방문하여 교육하는 사업입니다. 방문 사업은 대상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업이며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다른 사업보다 만족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문수업 중 자녀교육의 경우 대상자가 몇 년씩 대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방문지도사들의 남모를 희생이 있었습니다. 낮은 보수와 열악한 환경(앉은뱅이 책상에서 수업하는 통에 허리 디스크와 관절염을 직업병으로 가지고 있습니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비참한 것은 불안정적 고용관계에서 비롯된 관리자와의 갈등과 자존감의 상처였습니다. 10개월 사업으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고 대상자 역시 두 달 동안 교육이 중단되어 배웠던 내용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던 차에 2017년 전국 218개 센터 중 당진에서 최초로 방문지도사 노조가 결성됐고 단체협상을 통해 삼육재단으로부터 임금인상을 받게 됐습니다. 삼육재단은 전국 최초로 재단 전입금의 일부를 지도사 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등 모범 재단의 본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재단이 이번에 위탁기간이 만료되어 당진다문화지원센터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7년째 다문화 센터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당진시의 복지업무를 대하는 철학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됩니다.

당진시는 전문가에게 관련사업을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여 사업을 위탁하지만 사회복지 업무에 있어서 전문가는 오히려 담당 공무원이 아닐까요? 위탁기관은 두 번 이상 사업을 연속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들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센터장 개인의 사회복지업무 경험을 말하고 있으나 2~3년만 일하고 센터장이 되는 예가 있을 정도로 센터장의 경험 편차는 큽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유치원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잘못된 위탁사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센터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구성원의 권리를 외면한 채 제왕적으로 운영되는 폐쇄적 구조를 만들기 쉽습니다. 또한 재수탁을 위해서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여 저비용 고효율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는 낮은 단가 입찰이 부른 부실공사와 같이 겉으로는 화려한 성과를 내지만 정작 센터 내부는 곪아가는 상태를 만들게 합니다. 

실제로 직원들은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합니다. 물론 초과근로 수당도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해 어쩌다 한마디 불평이라도 한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에 상처를 받습니다. 직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이 곳의 현실입니다. 이제 일을 익혔다 싶으면 떠나는 데 어떻게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전문성은 고사하고 일상 업무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겉으로만 드러나는 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기본 사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위탁사업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재 우리 센터에는 센터장과 부딪힐 일이 별로 없는 외근직인 방문지도사만이 대부분 5년 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지도사 역시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사업이니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줄 알라’는 말에 상처받으며 매년 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간 위탁기관으로 모범적인 역할을 했던 삼육재단이 떠나는 시점에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업무는 위탁이 아닌 지자체 직영이 절실합니다. 운영의 측면에서 이원화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 환경 속에서 직원들의 경험이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성이 쌓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든 권한이 센터장에게 집중되어 있어 여러 폐해가 나타나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업 추진과 그에 대한 명확한 평가 및 그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가능한 직영만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당진 시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