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대표

[당진신문=박인기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대표] 얼마 전 언론에서 유성기업 해고자들이 대법원에서 원직 복직 판결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기업이며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사측의 노동탄압과 노조 파괴행위에 맞서 싸우고 있다.

지금 그들의 지난하고 힘든 투쟁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에 대한 지역 상공회의소의 입장이 지역 향토지 광고를 통해 발표되는 것을 보며 예전 유성기업 사태에서 보았던 씁쓸함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2011년 6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유성기업 입구 굴다리에 모였다. 그들은 기자들 앞에서 준비해 온 뭔가를 읽고 홀연히 사라졌다. 채 10분 걸리지 않은 이 사건은 그날 지역 언론에서 ‘지역과 국가경제에 타격 우려, 상생노사문화 정착 당부’ 등의 제목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지역 상공회의소 소속의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종류의 기자회견은 주체 단위만 달리하며 몇 차례 더 진행됐다. 그때마다 국가와 지역경제 위협이라는 프레임 속에 노사간의 쟁점이 무엇인지, 왜 이러한 지경에 왔는지는 세상의 관심에서 지워졌다. 그들은 유성기업의 수많은 불법행위와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선 침묵하며 기계적 중립과 원칙만을 되풀이했으며 그 결과 아직도 유성기업은 산업평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당진 지역 향토지에 지역경제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호소문이 발표됐다. 그 호소문의 요지는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파업행위를 중단하고 노·사가 화합하라는 것이다. 노사화합을 원치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것은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두 차례에 걸친 경고 파업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가? 제철소의 노동자들은 지금 5조 3교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시간을 단축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가 제도적으로 완성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와 사측의 반대 논리에 대한 보고와 입장도 없이 기계적으로 산업평화와 노사화합을 외치고 있다. 만일 노조의 요구대로 5조 3교대가 시행된다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지역경제를 더욱 크게 활성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 당진 상공회의소의 입장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노조는 5조 3교대 이외 ‘양재동 가이드라인 철폐’를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회사의 경영실적이나 지불능력과 무관하게 양재동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만 교섭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당진제철소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으나 그룹사의 간섭에 의해 실제 이윤을 생산한 노동자에게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관행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이러한 관행은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협력업체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또 다시 기계적 산업평화를 외칠 것인가? 

당진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호소문의 핵심은 7년전 유성기업에서 발표된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다. 그렇다면 유성기업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창조컨설팅이란 노조파괴 업체를 고용해 노동탄압 했던 유성기업의 대표이사는 직장폐쇄, 부당해고 등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어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얼마 전에 출소했다.

노조파괴를 실제 기획하고 제공했던 창조컨설팅 대표 심00 노무사와 전무 김00 또한 노조법 위반혐의로 지난 8월 법정 구속되었다. 최근 언론에 의해 다시 확인되었듯이 이 노조파괴 행위의 최종 배후는 현대자동차 그룹이었으며, 그에 대한 사법판단은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해당지역 상공회의소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나 그들의 행위는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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