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30일의 기록... 숙제 남긴 당진 라돈침대 사태
[기획] 130일의 기록... 숙제 남긴 당진 라돈침대 사태
  • 최효진 기자
  • 승인 2018.10.26 18:12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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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최효진 기자] 당진의 동부항만 야적장에 적재되어 있던 라돈 침대의 반출이 23일 15시 경, 정확히는 오후 2시 54분경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5일 330장으로 시작된 반출작업이 시작된 지 9일 만이며 당초 예상인 10일간의 작업보다는 하루 앞 당겨진 시점이다.

당진시 집계에 따르면 9일 간의 작업일 동안 차량 운반횟수 243회였으며 총 라돈침대의 개수는 16,197장이었다. 작업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운행횟수 39회를 기록한 22일(8일차)로 총 2,562장이 반출됐다. 실질적으로 작업시간에 비해 많은 라돈침대를 이송한 날은 오후 3시 직전까지 작업한 23일(9일차)이다. 평소보다 2시간이 줄어든 작업시간이었지만 32회 차량운행으로 마지막 남은 라돈침대 2,025장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당진의 라돈 침대는 당진에 처음 반입된 6월 16일 기준 130일을 정확하게 채우고 당진땅을 떠나게 됐다.

마지막까지 라돈침대 반출 장면을 지켜 본 ‘대진침대 당진해체 반대대책위원회’의 박소순 공동대표는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쾌감보다 담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주민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이장으로서의 자책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면서 “좀 더 빨리 해결 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본사에 가서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들은 작업이 마무리된 당진의 동부항만 야적장에서 방사능 측정 등 안전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원안위로부터 방사능 유출의 흔적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진 본사에서는 25일 당진에서 이송된 라돈 침대의 해체를 모두 완료했다.


30일 간의 투쟁 속에 원칙 지킨 주민들... “숙원사업 요구하라” 유혹 뿌리쳐
환경오염에 민감한 당진에 라돈 침대 투척... 성과 없는 승리 비판도, 지역 갈등 봉합 숙제

고대1리의 모습 내도리라고도 불리는 고대1리. 내도리의 우리말이 안섬이다. 안섬포구 풍어제가 유명하다. 원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사이에 낀 마을이 되어 버렸다. 제철소가 들어오면서 넓은 갯벌과 바다는 공단으로 바뀌었고, 라돈 침대가 야적됐던 동부항만 야적장이 바다와 갯벌이 메꿔진 땅이며 행정구역상 고대1리다.
고대1리의 모습 내도리라고도 불리는 고대1리. 내도리의 우리말이 안섬이다. 안섬포구 풍어제가 유명하다. 원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사이에 낀 마을이 되어 버렸다. 제철소가 들어오면서 넓은 갯벌과 바다는 공단으로 바뀌었고, 라돈 침대가 야적됐던 동부항만 야적장이 바다와 갯벌이 메꿔진 땅이며 행정구역상 고대1리다.

동부항만 야적장이 있는 고대1리는 내도리라고도 불리던 곳이다. 내도리의 우리말이 안섬이다. '안섬포구 풍어제'가 유명하다. 원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사이에 낀 마을이 되어 버렸다. 제철소가 들어오면서 넓은 갯벌과 바다는 공단으로 바뀌었고, 라돈 침대가 야적됐던 동부항만 야적장이 바다와 갯벌이 메꿔진 땅이며 행정구역상 고대1리다.

이곳에 쌓여 있던 라돈 침대가 리콜 명령을 받고 결국 생산지로 돌아갔다.

4개월 만이다. 그 사이 많은 주민들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 천막농성을 진행했고, 대진침대를 써 보지도 못한 시골 노인들은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리콜 명령을 내린 정부와 원안위는 방사능 물질의 관리 부실이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되면서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됐다.

●라돈 침대 당진 반입 그 시작

당진에 라돈 침대의 반입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16일이었다. 우체국 택배 차량을 이용해 토요일 반입이 시작된 라돈침대는 대진침대 천안본사 생산공장의 적재공간이 부족한 때문에 당진의 동부항만 야적장으로 이송됐다.

2018년 6월 16일 라돈침대당진반입일.
2018년 6월 16일 라돈침대당진반입일.
2018년 6월 16일 라돈침대당진반입일.
2018년 6월 16일 라돈침대당진반입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라돈 침대의 상시적 사용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해체 작업 등에서는 건강·환경상 큰 위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고대1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주민들은 반입 시작 다음날(17일)부터 라돈 침대의 반입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고대1리는 물론 고대2리, 한진 1·2리 등 지역주민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당시 “중앙정부가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설명이나 대화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라돈 침대를 들여온 것이 큰 문제다.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속한 수거를 명령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민 무시하고 졸속처리 시도한 중앙정부

당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무조정실의 홍남기 실장과 원안위 강정민 위원장이 당진을 방문해 절차적 문제를 고개 숙여 사과했다.(관련기사: 국무조정실장 사과에도 싸늘한 주민 분위기, 본지 1211호) 결국 22일 ‘이행협약서’를 작성하고 당진 라돈 매트리스의 타지역 이송은 확실한 듯 보였다(관련기사: 몰래 반입된 라돈 침대, 결국 당진서 반출 결정, 본지 1211호)

2018년 6월 19일 국무조정실장 방문.
2018년 6월 19일 국무조정실장 방문.

하지만 7월 15일까지 이루어지기로 했던 라돈 침대의 반출은 대진본사가 위치한 천안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반입이 가로막혔다. 그때가 6월 25일이다.
당진 지역 주민들은 천안에서 만들어진 제품이기는 하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로서 라돈 침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동일한 입장을 이해하며 정부가 이행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찾기를 기다리게 된다.

●한 개 마을과 합의 한 ‘당진해체’

하지만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원안위는 7월 16일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행협약을 뒤집고 천안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안전성을 강조하며 당진해체를 요구했다.  이날 고대1리에서는 마을총회를 개최했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원안위 강정민 위원장까지 동행시키며 라돈침대의 당진해체를 호소했다. 결국 고대1리 주민들은 이를 수용한다.

고대1리마을총회까지찾아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7월16일)
고대1리마을총회까지찾아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7월16일)

마치 짜여진 각본이 있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원안위와 대진침대 측은 당진 주민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천안 주민의 입장을 건드리며 당진해체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점은 라돈 침대 당진해체 농성에 함께했던 고대2리, 한진 1·2리의 주민들 그리고 상록초 학부모들이었다. 오직 고대1리 주민들을 대상으로만 설득을 했고 다른 이들을 배제한 것이다.

새로운 반대대책위 구성... 조건 없는 반출 요구

고대1리의 결정에 인근지역과 상록초 학부모들은 반발했고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이 23일이다. ‘대진침대 당진해체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를 꾸린 주민들은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천막농성, 시청 앞 1인 시위, 매주 금요일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태가 해결된 10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이들의 눈물겨운 반대투쟁은 계속됐다.

2018년 9월 29일 라돈침대 상경집회.
2018년 9월 29일 라돈침대 상경집회.

당시 유곡초의 학부모 엄윤정 씨는 "당초 약속대로 당진에서 라돈 침대를 반출해야 한다. 4개 마을 중에 1개 마을하고 합의했는데 다른 마을은 모르고 있었다“면서 ”라돈 침대의 반입 과정, 안전성, 1개 마을과의 합의 과정 등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라고 말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길어진 당진의 라돈 침대 사태

라돈 침대가 당진에 반입된 지 한 달이 지난 후 꾸려진 반대대책위는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온몸으로 맞으며 라돈 침대의 당진해체 반대 주장을 계속했다. 하지만 원안위와 대진침대 측 역시 ‘당진 해체’만을 주장하며 상황은 정체기에 돌입한다. 양 측이 대화를 거부한 적은 없지만 상황변화를 맞이할 기회도 없었다.

반대대책위 측은 지속적인 선전전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역의 여론은 그렇게 호의적으로 볼 수만은 없었다. 특히 소위 여론 주도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측은 반대대책위의 활동을 님비현상으로 취급하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지역 언론의 기고에도 그런 시각이 등장했다.

당진시 구터미널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학부모.
당진시 구터미널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학부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고 흔들림 없는 반대대책위의 모습은 기층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구터미널 로터리 1인 시위에 결합하기도 하고 지나가던 시민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많아졌다.
사태 초기 주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합하지 못했던 시민사회 역시 9월 초 ‘라돈매트리스 당진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반대대책위에 힘을 실었다.

시민대책위 소속으로 구터미널 로터리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한 한광희 씨는 “8월경만해도 시민들은 라돈 침대 사태에 대해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반대대책위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주는 시민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심지어는 녹색어머니회 등의 시내권 학부모들은 1인 시위에 함께 해 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전국 미수거 물량 다 처리해 놓고 당진 물량은 NO?

하지만 지난 9월 중순 뜻밖의 소식이 전해온다. 대진침대 본사 쪽에서 기존 미수거 침대까지 수거하며 해체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천안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를 당진에 적재된 라돈 침대 반출의 최대 걸림돌로 들었던 원안위와 대진침대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위 측은 기존 당진해체 입장을 고수하며 당진시민들에게 실망감을 던져졌다.(관련기사: 원안위 “라돈침대, 당진에서 해체 원칙 불변”, 본지 1222호)

2018년 9월 29일 라돈침대 상경집회.
2018년 9월 29일 라돈침대 상경집회.

반대대책위와 시민대책위 측은 결국 지난 9월 29일 상경집회까지 하게 된다. 상경 집회는 중앙 언론의 관심까지 받으며 포털 메인에도 올라가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한편으로는 지나가는 서울 시민들에게 “당진은 쓰레기장”이라는 험한 말까지 듣는 등 당진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당진 시골 이장만도 못한 천안의 국회의원

10월 9일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에서 적재 물량이 모두 해체됐다. 당진에 적재된 물건만 남게 된 것이다. 천안의 박완주 국회의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서 (미수거물량 포함) 5만 2천장의 침대를 해체 완료했으며 이로써 라돈침대 사태가 일단락 됐다”고 선언했다. 천안에서 만든 라돈침대를 머리에 이고 있던 당진지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진의 상황을 알고 있던 중앙의 여러 언론들은 당진의 반대대책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대책위 박소순 대표는 천안 주민들의 감정을 배려하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일개 마을 이장이 국회의원보다 사려 깊은 판단을 한 것이다.

정당성 잃고 결국 천안 본사에서 해체

당진시와 반대대책위 측의 만남은 계속됐다. 각자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듯 했지만 원안위와 대진침대 측의 입장이 더 곤궁하게 몰렸다. 대진본사에서 전국의 라돈침대를 모두 수거해 해체를 마쳤으면서도 당진의 물량을 제외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 놓지 못한 때문이었다.

2018년 10월 23일 라돈침대반출현장.
2018년 10월 23일 라돈침대반출현장.

결국 대진침대 측은 10월 13일 당진시와 반대대책위 측에 당진 반출 시작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 23일 대진침대의 당진 이송은 마무리됐다.

●숙원사업? 당진의 상황을 보라

당진에서 라돈 침대가 반출됐지만 여전히 이견은 남아 있다. 당진의 한 면단위 개발위원은 “어떤 물질적 성과도 얻지 못하고, 자존심만 부린 꼴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해체해도 안전하다고 한다면 마을의 숙원사업이라도 해결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 김희봉 공동대표는 “당진화력, 송전철탑, 제철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업체가 들어올 때마저도 철저한 관리로 환경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면서 “지금 당진의 환경문제는 시민의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심각하다. 환경 보호는 그 어떤 물질적 이익보다 우선한다. 그 어떤 사람이 물질과 생명을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어쨌든 라돈 침대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라돈 침대와 무관했던 당진의 해안가 시골마을은 주민 간 남아 있는 앙금을 풀어야 할 숙제가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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