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당진신문=박성은] 입춘을 몇 칠 앞둔 날이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붓글씨를 선물 받았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만나는 어린 새싹처럼, 아침처럼, 새 봄처럼, 처음처럼, 우리는 또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는 신영복님의 글귀가 내 마음이 되었다.

예순이 넘어 입춘을 기다리는 마음엔 살포시 가슴이 설레인다. 뭐라도 새로 시작 하려는 의지가 꿈틀 데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며 마음의 봄 마중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때 신학기를 기다리며 연필과 공책을 새로 사는 들뜬 즐거움 같이 뭔가 새로운 기대감으로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몇 년 전 마음의 겨울을 혹독하게 겪은 후로는 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입춘 날 꽃 피울 화초와 책 한권을 사는 게 봄을 맞이하는 의식이 되었다. 작년엔 히아신스 세 그루를 사서 봄을 초대한 적이 있다. 연분홍색과 좀 더 진한 분홍색 그리고 잉크 빛 히아신스를 한 화분에 심어 놓고 뽀족한 새순이 올라오고 꽃 몽우리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 가장자리에 잎이 자라고 그 가운데 대봉 주위로 송글송글 작은 꽃들이 달려있는 게 꽤나 탐스러웠다. 그 작은 꽃들이 피어나 만개를 하면 향기가 방 안으로 그윽하다.

퇴근 후 문 열고 들어 설 때 코끝에 와 닿는 향기가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해주기도 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히아신스를 들여다본다. 내 자신도 오늘을 향기롭게 지냈는지 하는 생각으로 송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쳐다보는 것이다. 꽃을 들여다보며 잠시 마음 여행도 해본다.

삶을 향기롭게 지낸다는 건 어떤 것일까? 만난 사람들에게 다정 했는지 배려하며 양보했는지, 격려와 위로가 진심 이였는지, 친절함에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하루를 뒤 돌아보는 것이다.   삶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희망을 주고 의욕을 갖게 한 것이 있다. 책은 나를 지탱해준 대들보였고, 음악은 감정을 연주하게 해줬으며, 여행은 늘 가슴가득 내일을 선물해줬다.

일 년에 많은 절기가 있지만 입춘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이정표다. 봄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마음은 하늘의 구름을 벗하고, 연두 빛 들판의 싱그러움은 꿈으로 가득한 청춘이어라.   봄은 하루, 하루가 새록새록 새롭다, 뭐든 하려는 의지만 갖고 있으면 가능한 꿈의 계절 같다. 봄에는 유난히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의욕이 넘치는 봄이다, 특히나 가지 끝에 달려있는 매화 봉우리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봄을 잉태한 그 모습은 살랑 이는 봄바람과 도란도란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살랑 데는 바람결로 쓰다듬으며 곧 꽃피울 날을 기다리라고 하겠지?

봄이란 계절이 꽃을 피우듯 우리 내 마음도 꽃피울 뭔가 마음의 씨를 가슴에 품어 보는 입춘을 보냈으면 한다.
봄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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