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당진신문=솔샘 호천웅]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때, 나는 지구 정 반대편의 땅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일했다.

날씨도 좋고, 풍광도 으뜸이고 땅은 기름지고...
드넓은 평야인 팜파스에는 수많은 소떼 들이 풀을 뜯고...
쇠고기가 지천이어서 위험한 바다 고기는 잡지도 않는다던 사람들...

고향 당진출신의 형제. 자매들 만나 고운 정도 만끽하고
동포 기업인들, 대학 후배들과 골프도 즐겼었다.
한번 들어가면 하루 종일도 골프를 칠 수 있던 곳!

그들은 과거 악몽 같았던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얘기했고
지금은 살만하다고 즐거워했었는데...
그 때는 미국 달러와 그 나라 돈 페소를
일대일로 맞바꿔 쓰던 시절이었다.

칠레에 출장 갔다가 비행기를 타고 안데스 산맥을 넘었다.
아르헨티나 국경에 접어들면서 놀랐었다.
안데스 돌산의 갈색이 아름다운 나무들의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천혜의 복을 받은 사람들은 부지런하지 못했고
먹고, 마시고, 탱고 추기와 파티하기를 좋아 했었다.
그들은 태평스런, 편안한 그러면서 게으른 삶을 살았다.
세계에서 손가락 꼽던 그 부자나라는 전설이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었다.

페론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치,
배우였던 예쁜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의 인기지상주의가
나라를 가난하게 했다는 비평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어려웠고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었다.
수 십 년이 지난, 올해에 다시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단다.
일자리 늘린다고 공무원을 막 뽑아 놀리고 연금을 막 주었단다.
재정 적자는 심해 졌고 페소화의 가치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정부가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행정부처의 절반을 폐지하고
노는 이 많은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하니...
편하게 지낸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청사 앞에서 데모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국제 뉴스에서 봤다.

그 짧은 뉴스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는 나라에서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는 포퓰리즘의 망령을 봤다.
퍼주기 정치가 가져오는 가난의 비극을 봤다.
그리고 난 슬펐다.

나그네인 나에게 흠뻑 사랑을 준...
바다 건너간 그 곳의 출향인들은
지금 어떻게들 지내고 있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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