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환경전문기자

[당진신문=김종서 환경전문기자]

지난 9월 29일, 당진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대진침대 해체 반대’를 외치는 시위를 했다. “대진침대가 당진시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런 반대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길 것이다.

사실 지난 6월 16일, 라돈침대가 국무총리 조정실의 지시에 따라 당진에 무단으로  반입되었다. 그리고 당진시에서 침대 해체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진시민들은 국내 최고의 환경오염지역으로 발전소, 제철소, 변전소, 송전선로 등에서 미세먼지, 철가루, 전자파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라돈침대까지 반입하여 해체작업을 해야 되는가?”라면서 결사반대에 나섰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주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환경업무 총괄하는 국무총리 조정실이 나서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라돈침대를 무단으로 반입, 해체작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더욱이 106일이 지난 지금까지 라돈침대는 처리되지 않고 오히려 당진시에서 해체작업까지 추진하겠다고 하니 당진시민들은 모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환경총괄 부서인 국무총리 조정실이 당진시민들을 무시하고 당진시민들의 환경주권을 짓밟는 처사라고 여겨 당진시민들은 반대시위에 나선 것이다. 

라돈이란 방사성 원소의 하나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보통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에서 방출되는 비활성 기체로서 자연 상태에서도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라돈을 흡입하게 되면, 동위 원소가 ‘알파 붕괴’를 하면서 알파 입자를 내놓게 되어 인체의 DNA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래서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위험한 폐암의 위험인자이며 전체 폐암 환자의 3~15% 정도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고 있는 생활 라돈 기준치는 2.7pCi(피코큐리)인데 우리나라의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는 이의 13배에 해당되는 34.9pCi(피코큐리)가 나왔다. 라돈 농도 8pCi가 하루 담배 한 갑 정도를 피우는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하니 대진침대를 사용한 사람들은 매일 담배 4갑을 피운 격이 된다. 이런 대진침대를 특허청은 1990년대부터 음이온 제품의 특허를 내줬고 한국표준협회는 ‘K’(국내품질인증)마크까지 내주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95종 이상의 제품에서 라돈성분을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즉 의류, 팔찌, 목걸이, 방석, 베개 등 신체밀착 제품과 건강식품, 건축자재 등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잘못된 정보가 유행하면서 라돈은 음이온, 게르마늄 등으로 둔갑되어 각종 건강기능제품으로 널리 확산되어왔다. 그래서 라돈 침대만이 문제가 아니라 각종 생활 도구 등까지 라돈여파는 파급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6월4일, 문재인 대통령은 라돈침대 수거를 지시하였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거를 해야된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우체국 직원 3만명이 동원돼 6월 16일과 17일에 걸쳐 집중 수거되었다.

우리들은 이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행정부가 화학물질에 대해서 얼마나 무식하고 이의 관리체제도 엉망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진시는 90년대까지 조용한 농어촌 마을이었다. 그런데 화력발전, 제철단지, 석유화학단지가 입주하면서 국내 최고의 환경오염지역이 되었다. 이는 당진시민들이 원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며 정부의 산업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라돈침대를 처리하는 정부의 행정처리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지금까지 환경정책을 무시하고 산업정책위주로 추진돼 왔기 때문에 환경정책분야는 거의 불모지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당진시의 환경문제는 당진시와 당진시민들이 나서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켜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경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환경문제는 제대로 이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 정책에 반영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당진시 환경문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국내 최고의 환경오염지역이라는 불명예를 넘겨주게 된다. 그래서 우린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하겠다.

그리고 이를 공론화하여 정부의 정책에 반영시켜 나갈 수 있는 당진발전 네트워크 구축도 이번 정기 시의회에서 분명히 처리해야 될 몫이라고 여겨진다. 이 길만이 당진시민들이 환경주권을 되찾는 일이며 후손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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