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역사문화연구소 김학로 소장

[당진신문=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당진에서 가장 큰 문화축제는 가을에 열리는 상록문화제이다. 상록문화제는 저항시인이자 농촌계몽문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상록수』를 지은 작가 심훈의 상록수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으로 1977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이어오고 있는 문화제이다.

지난해 열린 제41회 심훈상록문화제 행사에 앞서 열린 심훈 선생의 81주기 추모제.
지난해 열린 제41회 심훈상록문화제 행사에 앞서 열린 심훈 선생의 81주기 추모제.

그러나 막상 상록문화제의 주인공 심훈은 당진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진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인연이 있다고 한다면, 부친의 토지가 당진에 있어 심훈도 당진에 낙향하여 살았고, 소설 『상록수』가 당진 송악 일대를 배경으로 하여 지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상록수』의 필자인 심훈이 당진 송악에 필경사라는 집을 짓고 살면서 『상록수』를 집필하였던 점은 특별한 인연이기도 하다. 더욱이 소설 『상록수』는 심훈이 당진에 살면서 자신의 조카 심재영이 관련된 소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남다른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당진에서는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하면서 살았던 송악 부곡리의 필경사를 그의 문학정신을 기념하는 기념공원과 문학관으로 지어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당진에서 심훈을 추모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상록문화제가 매년 열리고 있지만, 심훈의 문학정신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심훈의 문학정신을 제대로 기리고 계승한다는 것은 그의 문학정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살았던 전체적 삶에서 일관되게 관통했던 정신세계와 철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계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심훈은 소설 상록수를 지은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국한할 정도의 인물이 아니다. 심훈은 문학과 예술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예술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예술평론가였고, “영화 제작을 필생의 천직”으로 삼았던 영화인이었다.

다른 한편 민족해방을 위한 독립운동 역사에서도 심훈은 3.1혁명에 참여하여 징역살이를 하였고,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던 독립운동가였으며, 엄혹한 시대 일제에 굴하지 않고 필치를 휘둘렀던 언론인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상록문화제는 저항시인이자 소설가 심훈을 넘어 종합 예술인이자 언론인이며 독립운동가 심훈의 삶까지 재조명하는 의미가 남다른 문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이면 3.1혁명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어쩌면 지금이 독립운동가로써의 심훈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심훈과 함께 상록문화제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일지 모른다.

심훈의 본명은 심대섭이다. 심대섭은 경기도 시흥군 북면 흑석리 출신으로 1901년 지주이던 심상정의 3남 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심훈은 본관이 청송으로 그의 집안은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를 배출한 명문가였다. 심훈의 아버지 심상정은 당시 시흥군 북면 면장을 지냈으며, 충남 당진에 추수를 해 올리는 곡식이 3백석에 이를 정도의 부재지주여서 심훈의 집안은 늘 넉넉한 살림살이를 유지하였다. 심훈이 태어난 시흥군 흑석리 176번지는 지금은 서울시에 편입되어 동작구 흑석동이 되었고, 그의 옛 집터에는 천주교 흑석동교회가 들어선 채 심훈의 옛집이었음을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다.

심대섭은 경성의 교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5년 경성고등보통학교에 고종사촌이기도 한 동요 작가 윤극영, 조선공산당 당수였던 박헌영, 영화 박열의 모델인 아나키스트 박열 등과 함께 입학하였다. 하지만 심훈은 3학년이던 1917년 일본인 수학교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시험시간에 백지를 제출하여 과목 낙제하였고, 1년을 유급하게 되어 3.1혁명 당시에는 동급생들보다 늦은 3학년생이었다.

심훈은 1917년에 집안의 의사에 따라 2년 연상의 왕족인 전주이씨와 결혼하였는데, 심훈이 집안을 설득하여 부인을 진명학교에 진학시키면서 직접 이해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결혼 후 심훈은 흑석동에서 한성은행에 다니던 형 심명섭의 낙원동 집에서 생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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