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오후 찾아본 대산 삼길포항 주차장이 곳곳마다 만석입니다.

“헐~!!! 삼길포항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겨우 주차를 하면서 차 안에서 한 번 놀라고, 차에서 내려서는 줄을 지어 낚시를 즐기고 있는 꽤 많은 분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랍니다.

드넓고 푸르른 바다 위에 낚싯대 드리우고 어떤 이는 앉아서, 어떤 이는 반쯤 누워서, 성미 급한 어떤 이는 차마 자리에 앉지 못하고 눈이 빠져라 바다를 응시하며 꽤 오랜 시간을 버티고 서 있습니다.

“워치게 좀 잡으셨대유?”

난데없이 다짜고짜 카메라 들이대고 묻는 별난 아줌마의 질문에도 ‘허허허‘ 너털웃음으로 화답합니다.

“하나도 못 잡았슈! 못 잡으믄 워떻대유? 아 그냥 낚시 줄 던지는 대로 잡혀주면야 좋겄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된대유. 아실랑가 모르겄지만 낚시가 꼭 괴기만 낚자고 허는 게 아뉴. 잽혀도 좋고, 안 잽혀도 좋은 것이 낚시유.”

장시간을 서서 버텼는데 하나도 못 잡아 심란할 줄 알았는데... 진정한 낚시꾼으로부터 낚시의 정의를 배웁니다. ‘낚시는 잽혀도 좋고, 안 잽혀도 좋은 것’ 그래서 안 잡힌다고 안달복달 하지 않고 저리도 태평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낚시란 무엇인지를 배우고 고개를 끄덕이며 걷는데 저마다 아이스박스나 비닐봉지를 들고 부잔교를 건너 돌아 나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려가 보시면 알겠지만 우럭이 1킬로에 15000원 밖에 안 해요. 자연산이어도 2만원이구요. 세상에 놀래미 자연산이 1키로에 15000원. 오늘은 자연산 우럭으로 회 떠갑니다. 팔딱팔딱 뛰고 있는 싱싱한 우럭을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주니까 쫄깃쫄깃한 식감이 끝내주지요. 우리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에요.”

평택에서 오셨다는 이분의 얼굴에 작은 행복이 가득합니다. 우리 고장을 찾아주신 분들이 행복해 하고 만족 해 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깨가 뽕이라도 집어넣은 듯 하늘로 솟습니다.

기분 좋아 흥얼거리며 멀리 바라보니 한 시간마다 정시에 운행되는 유람선이 출발신호를 알리고 카메라 줌 당겨 살펴보니까 2층까지 손님이 가득합니다.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지 벌써부터 몇몇 어르신들 엉덩이 씰룩씰룩 흔들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찔러가며 막춤을 추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후 4시쯤 되니 새벽부터 나갔던 낚싯배들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어떤 배에서는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 며느리까지 온가족이 함께 내립니다. 낚시로 하나가 된 이 가족의 뒷모습이 훈훈합니다.

저마다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들고 배에서 내리는데 한 눈에 봐도 제법 큰 광어를 손에 들고 보란 듯이 내려 걷는 청년이 눈에 들어옵니다. 낚시 한 번 제대로 해 본적 없지만 그 손맛이 참 기가 막혔을 것 같습니다. 그 손맛 한 번 꼭 보고야 말겠다고 우리집 어설픈 남자들이 낚싯대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갯지렁이는 기꺼이 순교당할 마음의 준비를 마치다 못해 좀이 쑤시다는 듯 배배 꼬고 꿈틀거리며 보채는데, 조작 미숙으로 줄이 엉키고 설켜 결국 물 속에 한 번 드리우지도 못한 채 끝이 났지만 교훈을 얻습니다.

“낚시, 아무나 허는 게 아녀.”

“뭔 소리에요.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처음부터 어떻게 잘해요? 계속 연습하면 잘 할 수 있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음 주에 여기 또 옵시다.”

그렇게 얼떨결에 또 어설픈 우리집 남자들은 다음 주에도 삼길포항을 찾겠네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데도 정겨운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랫가락이 이어지고, 자꾸만 찾아오는 손님들 덕분에 노점상 주인장은 부부지간에 쉴 새 없이 새우를 튀겨댑니다. 자꾸만 찾아오는 관광객들 덕분에 주말에 쉬지 못하고 고생하는 삼길포항 상인들 모두의 주머니가 그득그득해지면 좋겠습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노모와 함께 저 멀리 풍경을 감상하는 뒷모습이 아름답고, 어느 집 5남매 돌팔매질이 정겨운 바다가 있고, 엉덩이 절로 씰룩거리게 만드는 유람선이 있고, 싱싱한데 값싼 횟감이 즐비하고, 어설퍼도 누구나 낚싯대 드리울 수 있는 삼길포항구. 멀리서도 관광객들이 찾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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