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을 국민장으로 영결하였다.


산자와 죽은 자는 함께 할 수 없고 나뉘어야 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국민장을 치른 후에 가슴에 사무치며 와서 쌓이는 회한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동안 고 노 전 대통령의 비리수사가 진행되어오던 일련의 상황에서 가졌던 일부의 우려가 그저 가지는 기우가 아니었음을 이번 장례식을 통해 보면서, 우리 국민이 왜 이리도 박복한가 하는 생각에 닿게 된다. 그동안 국민의 말벗이 되어 국민 속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전직 대통령을 가져보지를 못하였으니 당연하다.


그러던 차에 급기야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그 자괴감은 이루 말로써 다 표현할 수도 없게 되지 않았는가.


우리 국민은 마음껏 존경하고 존경받을 전직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은퇴 후 거창하게 국정에 훈수 둘 것 없이, 말년을 국민과 지척에서 함께 생활하며, 한가로이 정자나무 밑에서 한담을 나누고 동네 개구쟁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스스로도 행복해하는 전직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그런 전직 대통령과 함께 하며 덩달아 행복해 할 권리가 우리 국민에게는 정녕 없는 것인가. 우리의 역사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고, 우리 국민은 그런 전직 대통령을 가져보지를 못하였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이런저런 오점으로 국민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독립하여 새 나라를 세우고 새 세상을 연 초대 대통령은 실각하고 국외망명을 하여 이국땅에서 쓸쓸히 여생을 마쳤고, 가난을 떨치고 민족중흥을 이뤘다며 추앙을 받는 대통령은 시해되어 역시 유유자적하는 전직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이후로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4,5 명씩을 갖게 되는 행운(?)이 왔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오히려 전직 대통령들로 인하여 부끄러워해야 하게 되었다.


정책적인 문제야 실책이 있었다한들 국제정세나 상황논리 등으로 개인적, 인격적인 폄훼나 모독으로 이어질 것까지는 없다 하겠으나, 그렇지가 않으니 국민 스스로가 모멸감을 삭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들에게서 기인된 재임 중의 개인적인 비리나 가족 친인척 나아가서는 측근들의 비리는 도덕적인 해이를 넘어 국민적 기만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러고서야 어디에서 존경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청와대 무슨 수석실이 아니라 국민적 감시기구를 만들자는 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하겠다. 학문적으로도 대통령학뿐 아니라, 대통령 가족학 내지는 친척학을, 나아가서는 대통령 측근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서 그런 소양을 길러주어야 하게 되지 않았는가. 지금과 같은 풍토로는 어느 누군들 대통령을 하고나서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가족도 가족이지만, 집권 때뿐만 아니라 퇴임 후까지를 한 운명으로 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무한책임을 함께 지고나갈 각오가 없이는 함부로 대통령 측근도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기커녕 스스로의 범법을 덮기 위해 정치보복 운운 하면서 오히려 전직 대통령의 자존심에 상처주고 욕보이고 면목 없게 만드는 그런 측근이라면 시급히 척결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반복되는 이 일도, 털어서 먼지가 나오는 데야 생사람 잡는다는 궤변이 당키나 한가. 그러고서도 털어 먼지 안 나느냐는 논리나 펴는 측근이라면 단호히 척결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면,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한 점 나오지 않을 각오로 그렇게 인생도 살고 정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대통령 측근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을 무소불위로 착각하거나 도덕 위에 올라앉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역사 앞에,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양심 앞에 먼저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 정권에서 혹시 이번 수사에 정치보복성 목적이 있었다면 반성해야 하고, 이후로 어느 정권에서도 정치보복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어느 경우든 스스로 깨끗하여 빌미를 제공하지 말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 에너지를 이런 데 쏟아 부어서야 되겠는가. 악순환의 고리, 이제는 제발 끊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주검 앞에서 지금은 모든 왈가왈부를 접어두자. 역사의 판단과 심판에 맡기자. 죄 없는 누가 있어 먼저 돌을 들 수 있겠는가.


고인의 뜻을 받들자. 그의 서거가 남긴 메시지는 용서와 화합이었다.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서서 분란을 일으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측근들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옹호한다고 높이는 소리는 오히려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숙할 때이다. 진실은 스스로 밝혀지는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원망하지 마라’고 하였다.


원망은 갈등의 시초가 아닌가. 원망하지 말라는 말은 갈등을 접으라는 당부다. 갈등을 접어야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국민화합과 국론통일을 염원하였음에 틀림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가진 국가와 민족을 향한 마지막 염원으로, 전직 대통령으로서 행한 국가와 민족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


논객들의 대립된 논쟁들, 이념논쟁도 공과에 대한 논쟁도 인간사에 대한 논쟁도 모두 접자. 지금은 때도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 어느 쪽의 어떤 논리로든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한 인간의 죽음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도 그럴 권리도 그럴 당위도 없다. 조용히 예를 갖춰 명복을 빌자. 그는 우리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다시 한 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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