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자신과의 싸움 ‘복싱’
손 순 원 / 당진군복싱연맹 회장

▲ 당진군 복싱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인 복싱선수들과 이천우 코치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61회 충남도민체전이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1일까지 3박4일간 청양군 일원에서 열리게 된다.
당진군의 17개 종목 선수들은 그날의 선전(善戰)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며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 또한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진군의 이름을 걸고 충남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들이 도민체전을 준비하는 자세와 목표, 훈련방법 등을 통해 올해의 성적을 가늠해보려 한다.
그 첫 시간으로 글러브에 땀과 열정을 싣고 훈련 중인 복싱 선수들을 만나보았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 충남도민체전 50kg 플라이급 경기에 출전하는 이상진(호서중 3년) 선수가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지·덕·체를 바탕으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인 복싱.

지·덕·체를 바탕으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인 복싱.


당진군청 제2청사에 위치한 당진군 복싱연맹 복싱체육관에서는 오늘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복싱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천우 코치도 충남도민체전이 가까워옴에 따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역시 목표는 우승이죠. 지난해에는 L헤비급 황은성(호서중) 선수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해는 모든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최종성적 상위권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전력도 각 시·군에 비해 만족하고 있고요. 올해도 14개 체급 모두 선수들이 출전해요.

학생들이 많이 와서 올해는 조금 수월합니다. 모두 중학생들이다보니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에 2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엔 오전과 오후 모두 훈련을 하고 곧 합숙훈련도 준비하고 있고요.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열의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업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 둘씩 체육관으로 왔다. 옷을 갈아입고 글러브를 착용하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우승을 향한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천우 코치는 복싱이라는 종목이 당진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대도시는 복싱이 인기가 많습니다. 다이어트 운동으로 여성분들도 많이 하고 체육관 등 시설도 많죠.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요. 그런데 당진은 아직까진 비인기 종목이에요.

▲ 선수들끼리 스파링을 하며 상대방의 장단점을 지적, 약점도 보완하고 기량을 겨루기도 한다.
보통 복싱이라 하면 피 흘리고 위험한 운동이라 생각하십니다. 그렇다보니 여전히 선수수급에 어려움이 많아요.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많이 있는데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하거든요. 불량학생이 되거나 학업에 지장이 생길까봐 꺼려하시는데 고정관념에서 오는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복싱은 집중력과 자신감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실제로 지금 운동하는 학생들도 자신감이 많이 생겨 내성적인 학생들이 활발해지고 성적도 상당히 향상됐어요. 원활한 선수수급으로 당진군의 복싱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으면 합니다”


체육관에는 도민체전을 준비하는 선수들 외에 취미생활로 운동하는 학생들과 다음해 도민체전을 위해 훈련 중인 초등학생도 있었다.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복싱은 관절에 있는 성장판을 자극해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며 준비운동인 러닝부터 줄넘기, 기본스텝 모두가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비만학생들의 체중조절에 안성맞춤이다.


“‘넌 선수다!’ 이런 생각으로 훈련시키지 않고 자율적인 운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훈련시간도 학업에 방해되지 않게 학원 등 모든 일정을 마치고 실시하고 있고요.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정말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부모님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님들이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 체육관에는 다음해에 충남도민체전에서 38kg급 선수로 활약할 조건희(기지시초 6년)학생도 훈련 중이었다.
# 복싱에서 제2의 나를 찾다

체육관에는 이상진(호서중 3년) 선수가 충남도민체전 50kg 플라이급 경기를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이상진 선수가 내뻗는 절도 있는 주먹에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코치를 하시는 동네 어르신의 권유로 지난해 4월에 처음 복싱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갈수록 보람 있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코치님 말대로 자신감도 생겼고요. 제가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복싱을 시작한 후로 많이 활발해져서 지금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학업성적도 많이 올랐습니다. 글러브를 끼고 있으면 마치 제가 다른 사람이 된 듯해요”


운동 후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는 이상진 선수는 앞으로 있을 충남도민체전에서의 각오를 묻는 기자에게 “다 부셔버리겠습니다”라고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서 이상진 선수의 굳센 의지가 묻어나왔다.


이밖에도 도 대표인 강희근(호서중 3년) 선수는 5월말에 있는 소년체전을 준비하기 위해 합숙훈련 중이었으며 체육관에서는 이번 충남도민체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 값진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진군복싱연맹 손순원 회장은 “저변확대와 선수수급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당진군 복싱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도민체전을 준비 중인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없어 항상 미안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당진군 중·고등학교에 복싱부 창단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학교들이 꺼리고 있어 저변확대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복싱은 단순히 치고받는 격투기가 아니다.

힘으로만 하는 운동도 아니다. 과학적이고 화려한 스킬이 조화를 이루고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종합스포츠다.


손 회장은 “복싱종목이 아직 당진에서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도민체전에서 선수들의 활약으로 당진군에 금메달을 안겨주는 효자종목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며 “또한 선수들이 지금 흘리고 있는 땀방울만큼 좋은 결과를 얻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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