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가 싶은데 낮 동안에는 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아직은 자꾸만 그늘을 찾게 만드는 지난 9일 오후 서산어린이도서관을 오래간만에 찾아보았습니다.

도서관을 들어서자마자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어떤 아이는 책꽂이 틈새에 만들어진 나만의 공간에서, 어떤 아이는 한쪽 벽면에 설치된 책꽂이를 연결하는 쇼파에 누워서, 어떤 아이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공간에 누워서, 어떤 아이는 지적호기심이 급한 나머지 책을 선택한 바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어떤 아이는 책상에 바르게 앉아서,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와 동그랗게 둘러 앉아,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독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모양을 사진으로 담는 동안 바로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습니다.

젖먹이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이곳은 아이들이 많아서 시끄러울 것 같은데 매우 조용한 가운데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빌려갔던 도서를 스스로 도서 반납기에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리려고 엄마도 아이도 줄을 서서 접수합니다. 1학년 쯤으로 보이는 한 어린이는 엄마로부터 컴퓨에서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엄마랑 젖먹이 동생이랑 함께 왔다는 이수빈(석림초, 3년)어린이는 언니답게 보고 싶었던 책 검색도 스스로 합니다. 젖먹이 동생은 누나에게 책 읽어주는 엄마 옆에서 환절기 비염 탓에 코까지 골아 가며 쌔근쌔근 잠이 들었습니다.

바코드를 대면 영어책을 읽어주는 세상 신기한 기계 앞에서 첫째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책을 읽어주니까 신기해서 여러 아이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을 굴리며 함께 듣습니다.

책꽂이에서 하나 쑥 꺼내 우연히 펼쳐 본 책을 통해 맑은 가을하늘이 그토록 맑고 예쁜 이유를 알게 됩니다. 그동안 매년 내가 사진으로 남겨놓았던 가을하늘의 구름이 수평방향으로 흐르는 이유도 알았습니다.

‘여름 동안에는 수직방향으로 대류가 발달해 적운과 적란운이 많이 나타나는데 가을이 되면 수평방향으로 흐르는 권운과 고적운이 자주 눈에 띈다. 가을하늘이 맑은 것은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서 먼지가 고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쉽게 비에 씻겨내리기 때문이다.’

역시 책은 몰랐던 것을 알게 하고 알았던 것도 다시 한 번 새삼 깨닫게 해주는 지혜의 창고입니다. 이것저것 쑥쑥 빼서 읽다보니 짧은 시간에 여러 권을 읽었습니다. 함께 온 늦둥이 녀석도 옆에서 친구들이 너도 나도 책을 보니까 얼떨결에 두어 권의 책을 마스터 했습니다.

도서관은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발꿈치를 들고 뛸 줄 알고, 손가락으로 ‘쉿’ 입을 가리며 정숙을 실천할 줄 알고, 눈에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보게 되는 산교육의 장입니다. 도서관을 아이들과 함께 자꾸만 자꾸만 찾아야 할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