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찬 만 / 마라톤 기획단장

2009년 5월 9일엔 마라톤사에 길이 남을 마라톤 이야기가 지구촌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지난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 9일(현지시간) ‘의지의 마라토너'가 나왔다. 목발을 짚고 42.195km를 무려 14일 만에 완주한 영국의 팔 파커 소령(36세)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지난 4월 26일 열린 런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파커가 출발 14일만인 9일 결승점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의 시민 수백명이 결승점에 나와 ‘마지막 주자'의 완주를 환호하며 지켜보았다.

파커는 지만해 2월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에서 복무하다가 로켓공격으로 다리에 중상을 입었다. 의사들은 파커에게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목발을 짚은 지 1년여 만에 풀코스의 마라톤에 도전했다.


척추 손상으로 심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하루에 3.2km씩 목발에 의지한 채 14일간 걷고 또 걸었다.
파커는 결승점을 통과했을때의 느낌을 “달콤 씁쓸했다"라고 묘사했다. 더 이상 군인으로서는 살아갈 수 없었지만 42.195km를 걸을 수 있었다는데 감사한다는 의미다.


“(완주를 위해) 5만 2400보를 디뎌야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경찰관, 급식 아주머니들이 내옆에서 함께 걸었다"며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파커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1년 전 나는 이러한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를 치료해준) 병원과 우리 부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더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는데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아"라고 적었다.
보스니아, 코소보, 북아일랜드 등에서 16년 동안 군인으로 복무한 그는 다른 상이군인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유도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모금한 금액은 63만 파운드(약 12억원)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파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는 3주 뒤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해발 910m의 바위산 ‘엘 카피탄'에 오를 계획이다.
역시 목발을 짚은 채로...

우리는 아직도 아베베를 비롯한 많은 의지의 마라토너들을 보아왔고 격려하며 환호했다.
그들의 완주를 지켜 볼 때마다 우리는 마치 나의 일인 양 기뻐하고 대리 만족을 하며 사지가 멀쩡한 나의 게으름과 부족한 의지를 되돌아보고 책망하곤 했다.

2009년 5월 10일엔 우리나라에서도 이색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어 많은 마라토너에게 건강은 물론 흥밋거리를 제공하였다.대전시 대덕구 계족산에서는 요란한 징소리와 함께 산길을 가득 메운 국내외의 마라토너들이 힘차게 뛰쳐 나갔다. 10분쯤 뒤 출발선에서는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어린이등 가족들과 연인들이다. 이들은 앞서 출발한 13km 참가자와 달리 5km 코스만 달린다.산 속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행사인 ‘에코힐링 선양 마사이 마라톤 대회'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바로 이 대회를 지구촌 유일의 대회로 만드는 조건인 ‘맨발'이다. 황톳길로 다져진 산길을 달리거나, 걷는 대회 참가자들은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맨발이다. 37개국에서 온 외국인 700여명 등 모두 55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은 물론 내빈도 모두 맨발로 다닌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마라톤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유독 가족, 연인 단위 참가자들이 많다.
마라톤 구간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의 즐거움 때문이다.
‘아빠! 업어주세요' 구간에서는 부모가 어린 아이들을 업고 걸으며 자녀와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또 황토 머드팩 체험 구간에서는 발가락 사이로 들락거리는 머드팩의 촉감을 느낄 수 있고 다시 이어지는 숲속 길에서는 산새들의 합창을 연상케하는 맑은 오카리나 연주가 흘러나온다.
결승점 가까이에 이르면 황톳길 위를 수놓은 꽃길을 지는 이색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이 대회를 제안하고 개최한 조웅래 대회 조직위원장은 ‘숲속 황톳길을 달리며 자연과 함께 건강한 삶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이 대회가 지구촌의 모두가 관심을 갖는 대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색 마라톤은 또 있다.
제주도에서 지난 4월 11-12일 열린 국제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그것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작년까지 서바이벌 방식으로 개최되던 것을 스피드 울트라로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일주하는 200km와는 별도로 100km 코스가 신설 되었다.
“국내외의 톱 크래스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그만큼 값진 기록들이 나왔다"고 말하며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도 뒤지지 않을 울트라 마라토너들이 수준 높은 지원 속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라고 대회 관계자는 전언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마라톤 대회는 때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과 연인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건강을 듬뿍 제공하면서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


약 40km를 전속력으로 달려 조국의 승전보를 전하고 죽은 아테네의 필리피데스를 무색케하는 울트라 마라톤대회도 각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으니 온 국민의 건강이 나날이 증진되어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그 날까지 그들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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