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농업용수로 인명사고

지난 7월 26일 농어촌공사 당진지사가 관리하는 당진시 송악면 석포리의 간선 농업용수로에서 80대 최일순 할머니가 빠져 10km나 떠내려가 월곡리 수로에서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황선학 씨(사고당한 최씨 아들)는 “가로 1.8m, 깊이 1.5m인 용수로는 젊은이들도 위험하다. 하지만 철책이나 난간 하나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로 고령 노인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붙어 있어 상당히 위험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농어촌공사에 찾아가 항의해서 개선하겠다는 답변은 들었지만 사후약방문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마을 이선순 씨도 “농어촌공사가 노인들 위해서라도 안전시설부터 먼저 설치했어야 되는데 농민이라서 무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해마다 반복되는 농업용수로 인명사고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예산을 핑계로 없다는 데 있다.

한광석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장은 “찾아가 조문도 했고 지난 13일 황씨가 찾아와 개선해달라고 해서 현장을 둘러보고 도로 편제로 해서 일정 부분 안전난간을 설치하기로 했다”며 “ 다만 당진지사가 관리하는 용수로가 3천 8백km인데 모두 다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본사에 요청해서 난간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현실은 구조물 개보수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영수 당진시청 건설도시국장은 “전체적인 용수로 안전시설에 대해 파악해보진 못했으나 지난번 돌아보니 미흡한 부분이 간선수로 위 교각이었다. 다리의 난간이 없어서 농어촌공사 관계자를 불러 빨리 보완을 하라고 요구한 적은 있다”면서 “용수로 안전시설에 대하여 농어촌공사에 알아보고 예산이 필요하다면 확보해서 이런 안전 부분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사고에도 대비책 없어
최연숙 시의원에 따르면 신평면 거산리의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는 대형수로에서 지난 10년 동안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 인접 용수로가 농촌의 위험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진농민회 이종섭 부회장은 “몇 년 동안 여러 사람이 죽었고 농기계와 차량추락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도 방치하는 안전불감증 적폐인 농어촌공사를 해산하라”고 주장하며 “당진시 역시 도심지역의 안전시설이나 편의 시설은 설치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농민들은 노골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며 격분했다.

사고지역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박영규씨도 “이 정도 깊이의 수로에 물을 가득 내보내면서 안전에 대한 대비책이 없이 나몰라라하는 농어촌공사의 배짱에 할 말을 잃는다”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정부와 사법당국이 가만뒀겠냐”고 비판했다.

박 씨는 “당진지역에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인접지역에 버젓이 농업용수로가 복개되지 않거나 철조망도 설치되지 않아서 주거지 인근 농업용수로는 농촌의 지뢰밭”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농업 용수로시설의 인사사고는 비단 당진뿐만이 아니라 공주, 논산, 예산 등 충남 관내에서만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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