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온 세상이 뜨겁게 달아 오른 7월의 어느 날 고향, 당진을 찾았습니다.

내 년이면 팔십이 되는 친구 영감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네 친구가 함께 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우리를 이끄는 영감은 우리 중에 나이가 제일 많고 제일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리고 고향 사랑이 제일 뜨거운 인물입니다.

고향에서 큰 자리 잡은 친구가 「한턱」쏘겠노라는 오래된 약속이 실현되는 날이었습니다. 당초에 고향의 명물인 실치 회의 싱싱함을 즐기기로 했었는데 필자가 어깨를 다쳐 투병하는 바람에 몇 달인가 늦어 졌습니다. 전화로 “야! 실치가 고래 됐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서해대교 근처에서 트래픽을 만나 늦게 도착한 약속 장소에는 이미 고향에 살고 있는 다섯 친구가 술에 보신 고기에 기분이 거나해져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금방 하나가 됐고 철부지 시절이야기, 한창 시절 잘 나갔던 이야기에 그리고 지금도 살만하다는 이야기에 신들이 났습니다. 술에 약한 필자는 금방 취한 듯 했고 기분에 <붕> 떠서, 식당에서 만난 젊은 지역 정치인에게 허튼 충고의 소리도 했던 것 같습니다.

좀 창피하고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떠들어 쌓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운터 옆에 꽤 여러 권의 책들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뒤적이다가 어! <인생은 선물이다.>라는 제목의 책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지은이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조정민 목사, 이 책은 그의 많은 저서 중 두 번 책이라고 합니다. 그 책을 빌렸습니다.

조정민 목사는 언론계 후배이기도 한데, 그는 오십대에 목사가 됐고,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기독교 방송 사장으로 봉직하다가 육십대에 독립해 서울 강남에서 교회를 개척했고 칠십을 앞둔 요즘은 불어나는 교회를 작은 교회들로 흩어지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시골 고향의 식당에서 그가 지은 책을 만난 기쁨에 짧은 통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냥 편 곳이 32 쪽이었습니다.

“벌(罰)로 사람을 고칠 수 있다면 세상은 이미 유토피아라야 합니다. 벌로 아이를 고칠 수 있다면 청소년 문제라는 말은 이미 사라졌겠지요. 사랑에 목말라 사랑해 달라는 데 얼마나 돌을 던져대는지. 그 돌, 돌아서 언젠가 내게 옵니다.“

그 글을 읽으며 부메랑이란 말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못 마땅하고, 그 일로 자주 다투는 날 보고 하는 소리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벌(罰)의 돌을 던져대는 세상도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조목사의 근황을 다시 알아봤습니다.

조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이름이 Basic 교회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라네요. 그리고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교인수가 늘어나면서 <죽을 힘을 다해 흩어지려고 노력한다.>는 인터뷰 기사도 읽었습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 필자로서는 조목사와의 고향에서의 새로운 만남이 새로운 감사였습니다.

그리고 벌(罰)과 돌이 아닌 사랑과 감사가 넘쳐나는 세상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교회에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찬송을 많이 부릅니다. 거기에 덧 붙여 < 나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찬송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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