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다낭에 도착해 여러 곳을 가보았다. 청룡부대 123호 작전지와 청룡부대사령부를 찾아보았으나 부대건물은 흔적도 없었다. 오물들만이 우리들을 차갑게 맞이했다. ‘언제 다 없앴을까’ 생각하다 정문을 찾아보았다.

정문 앞에 가보니 청룡부대 돌 명패가 말없이 서 있었다. 바짝 다가가서 보려고 하니 누군가가 빨강포장으로 덮어놓았다. 조금 있으니 노인, 젊은이,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알고 보니 지금까지 돌명패를 지키고 있었단다.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50년 동안 간직하고 포장으로 씌워놓았다. 옛날에 내가 부대 청소한 사람이다”라며 우리의 손을 잡고 반겨줬다.

그날 우리들은 청룡부대 돌에 지워진 명패를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래, 너라도 있으니 정문을 지키고 있으니까 고맙다. 너라도 50년을 넘게 우리들을 기다려주니 고맙다. 잘 있어라. 우리가 언제 온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영원히 널 못볼 것 같다”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는 지금도 생생하지만 베트남 전쟁은 태풍과 같고 소나기와 번개 같이 50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옛날 모습은 하나도 없고 상상도 못하게 발전하는 베트남을 볼 때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한테, 여행사 안내하는 사람한테 베트남 말을 중개해 달라고 해 한국인이 너희 나라에 와서 공산당과 싸워 이긴 것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모른다 한다.

그러나 아는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자라는 이야기와 텔레비전에서 봤다. 그리고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부자집 남자한테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듣고, 텔레비전에서 서울의 거리를 볼 때에 우리들도 한번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다는 거였다. 왜 못 가느냐 물으니 비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들 좀 데려가 달라며 웃으면서 말한 뒤 헤어졌다. 또 지나가는 여성에게 물었다. 베트남 경제는 어떠냐 물으니까, “십년 전만 해도 월 수입이 6만에서 8만원 이었는데 지금은 40만원을 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래 지금은 너희나라도 부자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구나. 언젠가 너희 역사 속에 한국 군인들이 와 싸워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월남전에 군인을 보내 수없이 죽고 다치고 병석에 누워 병과 시름을 하게 만들었고 고엽제에 걸린 전우들은 지금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들을 왜 외면했는지 죽어서라도 묻고 싶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병장봉급에 준하는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이제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경제대국에 올라섰으니 우리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려 줄 때도 되었다. 정부에서는 뭐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맹호부대, 청룡부대, 십자성, 백마 이렇게 베트남에 가서 정문에 말없이 서 있는 명패가 사라지기 전에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날 베트남에 참전한 전우들, 몸 건강히 행복하게 살면서 옛 전우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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