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은 기자 (7기 통일부어린이기자, 계성초 5학년)


[당진신문 이다은 기자] 평화는 사람들의 바람이 세질수록 힘이 강해진다. 당진신문과 함께하는 ‘이다은 기자의 평화의 바람’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평화의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다은 기자가 전하는 평화의 바람은 매월 넷째 주에 연재됩니다>


곧 다가올 여름방학을 맞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은 유난히 짧아진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길이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해야 할 일은 고민스럽고, 하고 싶은 일은 생각만으로 행복해진다. 그럼 여름 방학 계획을 즐겁게 시작하기 위해, 첫 번째 하고 싶은 일 ‘미리 떠나는 북한 여행’부터 시작해 보자.

최초의 통일 국가인 고려가 건국된 지 1100주년, 역사의 관심이 많은 내가 찾은 곳은 고려의 수도 개성이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개성에서 처음 발길이 멈춘 곳은 만월대다.

이곳은 고려 500년 궁궐터로 송악산 아래에 위치해 있다. 평지에 지어진 조선의 왕궁과는 달리 산의 지형에 따라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919년 지어진 만월대는 1361년 공민왕 10년 홍건적에 의해 불타 사라졌다. 지금은 축대와 받침돌만 남겨져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옛 고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개성 고려역사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개성시의 모습을 그린 지도와 황궁 만월대 그리고 만월대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1000년의 시간을 넘어 고려의 수도 개성이 보였다. 국제 항구 벽란도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나라의 물건들과 외국 사신이 오가던 개성의 활기 넘치는 모습은 너무나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들뜬 마음에 개성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북한의 특별한 음식을 찾아 해주를 찾았다. ‘남에 전주비빔밥, 북에 해주비빔밥’이란 소문을 들은 터라 그 맛이 궁금했다. 돼지기름으로 볶은 밥에 갖가지 재료를 넣어 간장으로 비벼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한 그릇을 모두 비운 뒤 다음 코스인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있는 평양으로 길을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고려 금속활자 ‘복’자, 북에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전’자가 전시 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고려 금속활자 ‘복’자, 북에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전’자가 전시 되어 있다.

평양 거리에는 사람이들 붐볐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개선문이 보였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원시에서 근대까지 수 천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백제와 신라 문화재인 무령왕릉과 석굴암, 불국사 등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사용한 고려를 보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려 금속 공식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1자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1자, 단 2자다. 드디어 금속활자를 찾아 앞에 섰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금속활자는 세계를 바꾼 발명품이다. 그것이 고려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가슴 벅찼고, 이 금속활자가 따로따로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같은 또래로 보이는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서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남한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는 물음에 “서울에 여러 궁을 가보고 싶고, 신라나 백제 문화재를 모형이 아닌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라며 웃었다. 나는 남한에 오면 함께 역사유적지를 안내해 주겠다고 말했다. 다음 여행지를 묻는 친구에게 평안북도에 있는 보현사 탑을 보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평양에 왔으니 옥류관 평양냉면은 꼭 먹고 가라며 인사를 했다. 박물관을 나오니 공기가 뜨거웠다. 평양냉면이 간절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거리에서 파는 얼음과자와 두부밥을 먹으며 보현사로 출발했다.

평창 월정사 8각9층석탑. 이 석탑은 묘향산 보현사 8각13층석탑과 같은형식의 탑이다.
평창 월정사 8각9층석탑. 이 석탑은 묘향산 보현사 8각13층석탑과 같은형식의 탑이다.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 앞에 탑이 보였다. 8각 13층으로 이뤄진 탑은 높으면서도 안정적이고 아담해 보였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석가탑’이라고도 불린다. 8각의 끝마다 바람 방울이 달려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이 평창 월정사 탑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념품 몇 가지와 할머니를 위해 고려인삼 제품을 샀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여러 감정과 경험을 준 여행이었다.

고려로부터 부쳐진 이름 ‘KOREA’, 1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KOREA로 불린다. 고려의 역사를 통해 하나 되는 KOREA, 평화로운 KOREA를 그려본다. 이번 북한 여행기는 내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의 꿈은 역사학자가 되어 남북 공동발굴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북한 친구를 위해 우리나라 유적지를 안내하는 일도 잊지 않으려 한다. 

최초의 통일국가 ‘고려’를 주제로 떠난 북한 여행,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주제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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