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빨대가 코에 박힌 채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해양학자들이 거북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보다보다 그렇게 끔찍하고 안타까운 장면이 또 있을까 싶었다. 수백 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매년 10만 마리 가까이 죽어간다고 하니 참담하다. 

1997년, 태평양 한가운데서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섬이 발견됐다. 일명 플라스틱 아일랜드. 남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지금은 이런 쓰레기 섬이 다섯 곳 이상이라는 안타까운 보도도 전해진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바다를 접한 세계 192개국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0년 기준 최대 127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물고기를 꺼내고 그 자리에 쓰레기를 채워 넣는 것과 같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쉽게 분해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자외선에 의해 서서히 부스러지고 파도에 밀려다니며 작아지고 또 작아진다. 부스러진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이로 착각해 죽어가는 새들도 많다. 나노미터 크기까지 작아지는 이 미세 플라스틱들은 플랑크톤과 같은 바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 충분하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역습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플리머스대학 연구진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구와 해덕·고등어 등 영국 식탁에 오르는 어류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대구와 해덕 등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에 사용되는 어류다. 벨기에 겐트대학 과학자들도 "수산물을 즐기는 사람은 1년에 1만1000개가 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먹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 플라스틱은 바다의 유독물질을 빨아들여 인근 육지보다 10배에서 100배 이상 높은 화학물질 수치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5년에 중국의 시판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8개국의 바다소금을 조사한 연구 역시, 전 세계 대부분의 바다소금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인들은 하루 권장량인 2.3그램의 소금을 먹을 경우 매년 660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이어졌다. 바다 속 미세플라스틱이 소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해 가을에는 세계 각국의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을 넘겨보다가 유럽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부터 면봉, 일회용 나이프 포크 숟가락 접시 등의 제품은 2021년까지 완전히 금지! 테이크아웃에 사용되는 음식 포장용기와 음료용기도 사용량을 대폭 줄인다는 내용이다. ‘이제 행동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며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5억 개의 빨대를 사용하는 미국은 올해 초 말리부, 시애틀 등 일부 도시가 플라스틱 빨대사용을 금지했고, 5월에는 뉴욕시의회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 됐다.

‘일회용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환경도시 당진.’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제는 정말 줄여야 할 때다.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것을 넘어 소비를 줄이지 않는 한 우리는 더 많은 플라스틱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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