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이제 사흘 후면 그동안 열전을 치렀던 후보자 중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유권자들은 이제 일상의 분주함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선거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선거 초기 판세가 형성되었다고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호사가들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도 되기 전에 이런 저런 호기어린 장담을 하지만 선거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린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와 진영에서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불리함을 느꼈을 것이다. 선거에 바람이 있고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6·13지방선거가 그랬다. 전통적으로 통하던 이념논쟁이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사상검증이라는 프레임은 6·25사변이 일어난 지 육십 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정치사를 어둡게 만들었다. 아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하여 자기이익을 추구하는데 앞장섰었다.

선거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막걸리선거 고무신선거의 어지러웠던 현장이 한때는 차 때기 정당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돈으로 흥하는 자 돈으로 망한다’는 속설도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실 유권자 입장에서 무심코 돈을 받았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면 돈 준 후보가 생각나서 그 후보를 외면하기도 힘들 것이다. 돈의 약효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지상정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여 돈지상정으로 둔갑시킨다. 이러다보니 선거판에는 돈 있는 사람들만 나서게 되고 어렵게 땅 팔고 건물 팔아서 선거를 치룬 사람은 당선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낙선하면 사람 꼴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돈(money)선거는 돈(crazy) 선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쓰는 선거는 돈(don’t) 선거가 되었다. 

지역주의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양상이 나타날 것 같다. 그동안 영남과 호남지역의 경우 깃발만 꽂으면 됐지 선거는 치루지 않아도 됐다. 이러다보니 당내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 막상 본선은 싱거운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공천에서 떨어진 무소속후보와 지역정당후보간의 싸움이 볼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도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부산과 경남 그리고 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서고 있고 대구에서도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이러한 여론조사가 그대로 재현될지 흥미롭기만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한쪽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져올 또 다른 폐해와 그것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라는 우려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아가듯이 사회도 견제와 비판을 통해서 선진사회로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선거란 모든 것이 다 결정된 듯 하다가도 돌발변수가 생기면 국면전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후보들은 진인사대천명하는 마음으로 ‘나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남았다’는 이순신장군의 말씀처럼 결연한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아직 선거기간이 십칠만 이천 팔백 초나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단 일초도 헛되이 버려서는 안된다.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어도 고지를 앞두고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숨겨진 나의 지지자를 행해서 나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당진 지역의 경우 불과 9표 차이로 당락이 갈라졌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곳은 그보다 더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 한명의 유권자라도 더 나를 지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흘 후 함박웃음을 짓는 후보들은 상대후보에게 위로를 보내고 선거과정에서 도와준 지지자들에게는 보은을 베풀겠다는 약속보다는 공명정대하게 일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들어난 각종현안을 검토하고 상대후보의 공약 중에서도 타당성이 있는 것은 동의를 구한 후 시책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에 웃는 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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