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협회장

긴급현장에 출동하는 119 소방관들의 처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인명과는 상관없는 사소한 신고로 출동해야 하는 문제점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소방관들에 의하면 동물 구조작업을 포함한 단순 문 개방, 장애물의 단순 제거 요청 등은 생활 안전 출동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인명 구조보다 이러한 생활 안전 출동이 119 구조대의 전체 출동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명과는 상관없는 잦은 비긴급 출동으로 소방관들은 적지 않은 회의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 최근 한 신고자의 경우 화장실 문이 안 열린다는 이유로 신고를 한 후 집까지 데려다 달라거나 문 개방을 해줬는데 오히려 수리비용을 지불하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충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생활안전관련 구조건수는 전체 구조건수 2만 8660건의 60.7%인 1만 8550건이었다. 이 가운데 벌집제거는 1만 949건(58.1%), 동물포획 5661건(30.0%), 잠금장치개방 1622건(8.6%), 안전조치 618(3.3%) 순이었다.

최근 아산소방서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경우 동물구조에 나섰다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었다. 도로에 개가 돌아다니고 있어 위험하다는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차량 추돌사고로 참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119 신고 출동 건수는 80만 5194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52.5%인 42만 3055건이 벌집제거나 동물구조, 문 따기 등 긴급하지 않은 생활안전 민원이었다.

실제로 현장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긴급 출동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남소방이 앞으로 비긴급 단순민원은 119 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동물 사체처리나 단순 문 개방은 110으로 이관하고, 119는 긴급출동에 전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19생활안전활동 출동기준’을 마련, 4일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생활안전분야 신고가 119에 접수될 경우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 △잠재적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신고 접수 시 판단이 곤란한 경우 소방관이 현장을 확인하고 비 긴급민원인 경우에는 구조요청을 거절하게 된다.

예를 들어 멧돼지나 대형견 등 위해동물이 주택가에 나타나는 경우처럼 방치하면 급박해질 우려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소방대가 출동한다. 다만, 고양이나 개가 농수로에 빠지는 등 긴급하지 않은 상황은 해당 시·군, 민간단체에서 처리하도록 110에 이관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비긴급 상황에도 출동할 수밖에 없었던 소방관들의 애로사항을 공감하면서도 민원을 접수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 민원 때문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말에 의하면 현장에서 해당 민원을 어디에 신고해야할 지 몰라 119긴급출동을 요청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민원을 접수하면 통합적으로 재빠르게 담당자를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새롭게 도입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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