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5일장이 열려 찾아본 당진 전통시장이 입구부터 북적입니다.

벌써 한 바퀴 휘 돌아 나오는 사람들의 양손에 들려진 장바구니가 가득가득 찼습니다. 신기하게 장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 손에 수박이 한통씩 꼭꼭 들려있습니다.

가격을 대형마트랑 비교해보면서 걷는데 엊그제 대형마트에서 2개에 3,000원 주고 산 파프리카가 이곳 시장에서는 5개에 1,500원입니다. 햇양파도 대형마트에서 한 개에 350원꼴 주고 샀는데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한 손으로는 들지도 못할 한 무대기에 5천원이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할머니가 직접 갯벌에 나가 캐왔다는 바지락을 쭈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정성스레 까서 종지에 담기가 무섭게 팔려나갑니다.

“죽순 내가 집에서 해왔어. 하나 사. 5천원이여. 머위대도 사면 내가 싸게 싸게 주께.” 지나던 새댁이 까무잡잡하게 빛에 그을린 할머니의 진심 묻어나는 호객행위에 훌러덩 넘어가 죽순도 사고 머위대도 기분 좋게 사서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햇마늘을 성처럼 쌓아놓고 알이 굵은 것은 1단에 50개가 13,000원, 알이 작은 것은 같은 개수에 10,000원입니다. 마늘 파는 아주머니 50개를 세어가며 비닐봉지에 담아주는데 두어 개 더 집어넣어도 결코 ‘안 된다’ 하지 않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곳을 내다보니 꼭지도 싱싱한 커다란 수박이 조건 없이 한통에 만원입니다. 맛 배기로 내놓은 수박 한 조각씩 맛보는 사람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김없이 사들고 갑니다. 장 다 보고 나가는 분들 손마다 수박통 하나씩 꼭꼭 들린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수박장수 아저씨 계산하기 바쁜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데 홍천 오대산에서 직접 캤다는 자연산 참나물, 무농약 인증 받은 참나무 톱밥표고버섯이 한 바구니에 6천원, 메추리알이 한 바구니에 3천원, 제철 참외가 그득그득 담은 두 바구니에 5천원. 싱싱한데 값은 싸니까 자꾸만 기웃거리게 됩니다.

어느 어린이집에서 전통시장 구경나와 선생님 앞장서고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그렇게 감동하면서 지나는데 특별한 모습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커다란 가마솥을 줄지어 걸어놓고 추어탕이며 설렁탕, 우거지소고기국, 선지국, 내장탕, 육개장을 젊은 아저씨가 끓여 파는데 값도 참 저렴합니다. 대부분의 메뉴가 2인분에 6천원 꼴입니다. 그러니 요즘 말로 가성비 갑입니다. 할머니들 홀짝 홀짝 작은 컵에 덜어주는 내장탕 국물 맛 보더니 집에 계신 영감님 생각하며 기꺼이 주머니를 엽니다.

“우리 영감이 내장탕을 좋아혀. 반 국자라도 더 넣어보유~”

“까이꺼 그류~. 맛있게 드셔요.” 하면서 냄비가 넘치도록 담아줍니다.

작년 겨울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이 사장님이 안가고 자꾸만 사진을 찍어대니까 자랑합니다.

“우리 생생정보통에도 나왔었슈~.”

여러 개의 대형 솥에 종류도 가지가지 준비하느라 새벽부터 얼마나 분주하고 힘이 들었을까요. 그런데도 지치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상인들의 모습에 감동받으며 지나는데 김이 모락모락 순대가 유혹합니다. 아들놈 방과 후 간식으로 1인분을 주문했는데 전통시장 인심 보란 듯이 뚜껑이 안 닫힐 만큼 가득 담아줍니다. 그것도 모자라 함께 간 지인들까지 순대 한줄 덥썩 잡더니 가위로 떡가래 자르듯 뚝뚝 잘라 냅다 건넵니다. 주인장이 전 부치던 것 뒤집느라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면서.

“우와! 순대를 떡가래처럼 들고 뜯어먹는 이런 경험 처음이야. 전통시장 완전 좋아!” 감탄사를 연발하며 돌아나오는데 살 게 별로 없다던 지인들의 손에도 내 손에도 어느새 봉지 여럿 들려 있습니다.

“시장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대형마트에서 이만큼 사면 견적이 수 만원 나오잖아. 근데 2-3만원에 이렇게 푸짐해. 신기해. 그래서 자꾸 오게 돼.”

지인들의 말대로 조금 번거로워도 전통시장을 찾으면 어인일인지 돈을 벌어가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나와 준비하고 오늘 같은 날은 황사도 미세먼지도 많은 땡볕에서, 때로는 느닷없이 내리는 빗줄기도 대책 없이 맞아가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꿋꿋이 살아내야 하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아 감동하고 감사가 회복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단정한 유니폼 대신 몸빼바지에 허름한 모자, 번듯한 새 봉지 대신 재활용해 꾸깃꾸깃한 할머니표 비닐봉지가 정겨운 전통시장. 다음 장은 5월 31일에 열린다니 계획하시어 꼭 한번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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