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전거 배워볼까?”

“아니요. 싫어요.”

“엄마가 도와줄게. 배워보자. 보조바퀴를 떼고 달리면 훨씬 부드럽게 달려지고 얼마나 재밌는데.”

대여섯 살 무렵 또래 아이들은 두발자전거를 타고 싱싱 달리는데 늦둥이 녀석은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한 날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보조바퀴를 떼고 시도해보지만 겁을 잔뜩 먹고 ‘못하겠다‘ 선언합니다. 그리고는 자신감도 함께 떨어집니다.

운동신경이 없지는 않은 녀석인데 정작 본인이 하고 싶지 않으니까 소용없습니다.

“때 되믄 다 허니께 억지로 허지 말고 본인이 허고 싶다고 헐 때 가르쳐.” 동네 할머니의 말씀에 공감하며 3학년이나 됐는데도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이 엄마로서는 못마땅했지만 본인이 타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중간 중간 ‘자전거를 배워보지 않겠냐‘ 의중을 물어보곤 했지만 여전히 ’관심 없다‘며 손 사레를 쳤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공원을 산책하는데 한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빙글빙글 여유 있게 돌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녀석이 “오늘 용기를 내서 자전거를 한번 배워볼까요?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합니다.

‘드디어 때가 됐구나’ 싶어 부랴부랴 자전거를 구입해 본인의 요청에 따라 생각지도 못했던 안전장비까지 두루 갖추고 ‘유독 자전거만 보면 겁을 내는 녀석이 과연 질주할 날이 오기나 할까!’ 내심 걱정하면서 집 앞 널따란 학교운동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서 너 번 넘어지는가 싶더니 채 5분도 되지 않아 운동장을 질주합니다. 그리고는 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달리고 달립니다. 녀석의 머리가 흠뻑 젖었습니다. 까무잡잡한 녀석의 얼굴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이 납니다. 해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급상승 합니다. 때 되면 이렇게 다 하는 것을 급하게 서둘러서 아이에게 자신감만 떨어트렸나 싶어 미안해집니다.

“뭣이든 다 때 되믄 혀. 요즘 어메들은 너무 급혀. 기다려줄 줄을 몰라서 애기들이 힘들다니께.”

파워워킹을 하면서 이를 쭈욱 지켜보던 동네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말씀하십니다.

반대로, 나이 50이 다 되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 동기가 때를 놓치고 뒤늦게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한탄합니다.

“공부도 때가 있다더니 정말 그렇네. 이 나이에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좀 더 젊었을 때 할 걸 후회막급이다.”

자녀를 기르면서, 또 대학동기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습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나봅니다. 너무 서둘러서 그르치는 때가 있고, 너무 늦장을 부려 후회하는 때가 있습니다. 어느 때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어느 때는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둘러, 혹은 때를 놓쳐 그르치거나 후회할 일 없게 적절한 때를 분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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