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섭(시인. 당진시인협회)

꿀 품고 사는 꽃 찾아
벌들의 역사 부산하고
긴 겨울 견디느라 지친 냉이
땅 바닥에 누워 꽃대 올린다

수줍은 반지꽃 쬐끄마한 몸속에
한 모금 꿀벌에게 내어주고
솟대아래 민들레
겨운 기지개 햇살 받아
천진스러운 미소로 나비 유혹한다

튀밥 같은 꽃 몽오리 가만히 열고
봄 치장하는 날
뿌리까지 사정없이 봄을 캐 담으며
냉이 향 짙은 순박한 밥상을 차린다

겨울 누더기 벗고 일어서는 연두 빛 함성
자연은 차지하는 자의 것
새순에 기쁨을 충전하고
만만치 않은 삶을 잘 버무려
살아낸 봄날 하 루 석양이부시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