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박힌지 5년만에 암 선고받은 부부… 그렇게 세상을 떴다”
환경파괴 중단 고압철탑 백지화 촉구 석문면민 결의대회 열려

“옆집에 사는 노인 부부가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떴다. 나는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다. 아는 것 없는 그저 팔십 평생 농사만 짓던 농사꾼일 뿐이다. 하지만 내 이웃이 왜 죽었는지는 알고 있다. 모두 고압철탑 때문이다”
-장고항리 주민대표 임의규

당진화력과 신송산 간을 잇는 송전선로에 대한 백지화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당진화력-신송산 변전소간 345kv 송전철탑 건설계획에 대한 석문면 고압철탑 건설저지 대책위원회’(이하 건설저지 대책위)는 지난 10일 석문면사무소 앞에서 ‘환경파괴 중단 고압철탑 백지화 촉구 석문면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석문면 9개 마을의 이장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제시했다. 이들은 ▲당진화력-신송산간 345kv 계획의 전면 철회 ▲주민갈등, 지역 사회 파괴를 조장하는 한국전력 사장과 중부건설처장을 즉각 파면·관련자 징계 ▲주민의견을 무시한 기존 반대대책위원장·사무국장 등 책임자 전원 즉각 사퇴 ▲석문면개발위의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 즉각 사퇴 ▲석문면개발위와 대책위원회의 경우 지난 3년간 회계장부와 회의록, 한전과의 협의서 즉각 공개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9개리 이장들은 “이 같은 요구가 5월 30일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석문면개발위를 임의 탈퇴할 것이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석문면개발위원회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 황성렬 집행위원장은 연대투쟁사를 통해 “북당진변환소에서 평택으로 나가는 송전선로와는 다르게 당진화력에서 신송산으로 이어지는 석문면 구간은 예비선로이다. 다른 읍·면에서 진행하는 협의구간과는 별개로 백지화가 가능한 구간이다”라고 말하면서 석문구간이 다른 지역의 선로와는 다른 점을 밝혔다.

이 날 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본부 강사용 본부장은 연대투쟁사에서 “석문면에 지원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지원금 받아서 어디다 쓸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석문면은 천혜의 바다 자원을 간척지로 다 뺏겨 버렸다. 이제는 발전소와 송전선로로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라고 개탄했다.

이 날 집회는 실제 주민들의 규탄발언에서 절정을 이뤘다. 장고항리에 살고 있는 임의규씨는 “5천 평의 땅에 철탑이 박힌 이웃집 부부가 암으로 사망했다. 그 부부는 평생 자신의 논에서 눈만 뜨면 나가서 일만했다. 철탑이 박힌 지 5년 만에 논에 나가 일만하다가 암 선고를 받았다. 그렇게 결국 세상을 떴다”라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삼봉1리의 장명자 씨 역시 “쾌적한 석문에 시집와서 3남매를 낳고 50년 가까이 살았다. 내 자식을 위해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면서 “지금은 내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서 일하고 있다. 언젠가 내 자식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석문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면서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송전선로가 그냥 전깃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웃들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송전선로는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날 집회장에서는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송전탑  건선을 반대하는 내용의 ‘당진화력-신송산간의 345kv에 대한 환경평가 주민의견서’에 대한 서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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