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섭

해질녘 멧비둘기 허공을 가르며
하늘 속 깊이 파고 든다
나 또한 저렇듯
한번이라도 하늘을 꽉 채우고
퍼덕이며 높게 비상한 적이 있었나
찬바람이 거리를 훑고 지날 때 검은 머리 흩날리고
한 자락 의지할 안식처도 없이
생머리 팽개쳐진 떨림의 소리
산중의 외로운 삶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 너는 아는지
쉰을 넘으며 올바르게 눈 뜨고 세상살이 두렵고
새벽이면 찾아오던 성욕마저 사라져가는
세월을 껴안고 머리 숙인 벗님
안쓰러운 그림자 뿐 바람이 분다
이젠 서로의 타인이 된
그 외로움을 저마다 한 움큼씩 되새긴 채
쉰 중반의 가을이 온다

《공무원 문학》신인상 등단, 국제펜한국회원 한국문인 및 충남문인협회,
공무원문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전)호수시문학회장, 당진 올해의문학인 선정, 허균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수상, 시집『건드리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