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 도시계획박사

지난 4월 5일 서울시가 도시공원 보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나온 뒤인 4월 17일 국토부가 도시공원 보전방안을 발표했다. 두 대책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서울시가 일몰 대상 도시공원 전부를 구제할 방안을 시비와 지방채를 조성해 마련했지만 국토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70% 이상의 해제를 전제로 방안을 짰다는 점일 것이다. 전국 자치 현장의 일몰 대상 공원들의 운명은 서울시과 국토부의 대책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어떤 대책이 더 높은 삶의 질을 시민들에게 약속할 수 있을까? 답은 명백해 보인다.

2020년 7월 1일 실효위기에 처한 서울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전체 공원 2181개소 114.9㎢ 중의 83%인 116개소 95.6㎢로서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한다. ‘우선보상대상지 보상계획’과 ‘자연공원구역제도 적극 활용’하여 일몰로부터 도시공원을 지키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1999년 헌재는 △과도한 사유재산권의 침해 여지가 있는 법정 매수청구 토지(국토계획법상 ‘대지’) △소송 패소가 명백하여 보상이 불가피한 곳 △주택가나 도로와 인접해 개발압력이 높은 곳 △공원기능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곳을 우선보상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우선보상대상지 보상계획 1단계 조치로서 우선보상대상지 2.33㎢에 대해 지방채(20년 장기균등상환채권) 발행액 1조2902억 원과 서울시 본예산 3160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총 1조6900억 원을 보상비를 확보해 도시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조치는 일몰로 해제되는 공원들을 연결하는 좁은 면적의 사유지를 매입해 선적으로 각 공원을 연결하고 3단계에서는 이렇게 선적으로 연결된 공원들이 최소한 공원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면적(사유지 대상)을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면적 연결을 만든 뒤 4단계에서 나머지 사유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에 필요한 예산은 지방채와 서울시 본예산을 투입하고 2~4단계에 필요한 예산은 일반예산을 편성하고, 국비 지원을 받고, 현금 기부채납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서울시가 일몰로부터 도시공원을 지킬 또 다른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한 것이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이다. 다른 도시공원들이 일몰 대상이 되는 반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일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도시자연공원구역이 가진 법적 지위이다. 이러한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법적 지위를 활용하여 관악산, 내사산 등 현재의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함으로써 이들 산림의 도시공원 기능을 유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해서 매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사유지에 대해서는 재산세 50% 감면해주고, 그 사유지 소유주에게 휴양림, 수목원 등의 수익사업도 허용해 도시공원으로 지속적인 존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40.28㎢) 전체 보상에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1조 원이 넘는 보상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몰 대상의 모든 도시공원을 시비와 지방채를 마련해 모두 구제한다는 서울시 계획과 70% 해제를 기정사실화한 뒤 30%의 우선관리지역에 한해 지방정부가 구제를 위한 지방채 발행하면 그 이자만 반을 대주겠다는 국토부의 대책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해제되는 70%의 도시공원 중 국공유지에 대해서 ‘일단 해제 후 공원으로 재지정’한다는 방안도 어리석다. 적어도 국공유지는 도시공원으로 계속 유지해야 사유지의 도시공원화를 추진할 명분이 생길 게 아닌가. 국토부는 서울시의 계획을 참고해 도시공원을 일몰로부터 지킬 방안을 다시 짜야 한다.

당진을 비롯한 충남 역시 국토부의 발표보다 더 요구해야 한다. 서울시의 정책이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우선 충남도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지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당진은 민관이 힘을 합쳐 당진의 미지정 도시공원에 대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제안해야 한다. 동시에 충남의 기초 지자체와 충남도까지 힘을 합쳐 중앙정부에 좀 더 현실적인 재정 지원책을 요구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당진의 도시화는 더욱 진행될 것이다. 당진의 정주 여건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도시공원이다. 당진 시민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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