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자(시인/당진시인협회원)

우리 집 뒤란은 나의 자부심, 나의 보고
뒤란에는 사과나무 세 그루
아버지는 해마다 전지를 하고 거름을 주고
사과 꽃이 피면 못생긴 꽃을 솎아내셨다

지금 내가 아버지와 사과나무를 키운다면
아카시아 꽃 따다 접붙이고
바닷물에 거름을 발효시키고
바닷물 섞어 링거액 농도 농약을 주고
해충에 강한, 맛있는 사과나무를 키울 텐데...
나는 해마다 사과농사에 귀를 세워둔다

열 살 즈음 나는 뒷문 툇마루에 앉아
아버지의 바쁜 봄을 감시하다가
뒤란 들락거리며 내내 가을을 기다리다가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사과나무에 올라가 앉아
이 사과 저 사과를 만지작거리다가
다 익지도 않은 풋사과를 한개 똑 따서
우걱우걱 먹다가 버렸다

제삿날에나 구경할 수 있었던 사과라는
과일을 나는, 아버지의 사과나무에 턱 걸터앉아
가을이 다 가기까지 하나씩 따 먹었다
날마다 맛이 더 좋아지는 사과
세상에서 젤 맛있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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