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원 (당진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사무간사)

평범한 평일 오전, 수베디(네팔 근로자)씨가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어? 웬일 이예요, 평일날?”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어서 저는 반사적으로 물었습니다.

“기계가 고장 나서 기계를 고치고 있어요. 사장님이 놀다 오래요” 우리는 한바탕 웃고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지원센터 안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접촉하는 실무를 많이 담당하면서, 친하게 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같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지만, 안정된 직장생활을 해 나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근로자들도 많습니다.

2018년 3월 현재,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당진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4,000 여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6,000명 정도로 예상이 됩니다. 상담을 통해 그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웃 삼촌, 이웃 형들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민원을 처리해 주면 고맙다고 음료수와 과일을 사오고, 밥 먹자며 점심시간에 찾아 옵니다.
이제는 사랑방 드나들 듯 편하게 들르는 장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습니다.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 지역 봉사단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수베디 에게도 봉사단 이야기를 꺼내니 너무나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굳이 봉사단이 아니어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당진 생활에 더 깊이 뿌리 내리고 많은 분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상황이니 봉사단 활동 제안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좋은 반응을 확인하게 되니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더 폭 넓게 의견을 물어 보았습니다. 만장일치로 좋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봉사단 이름을 고민하여 ‘우리’ 라고 이름 짓고, 봉사활동 때 입을 조끼를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가 열리게 되어 함께 참여해서 지역 축제도 즐기고 환경 미화 봉사도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평소 근무가 없을 때, 당진 밖으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았는데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에 참여하고 얼마나 즐거워 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시민들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줄을 같이 잡아보라고 권하고, 북과 꽹과리를 쳐 보라고 하니 신명나게 하나 되어 행사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에 마련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부스에 찾아와 오뎅과 먹거리를 함께 먹고 엄지를 치켜 세우며 너무 좋다고 합니다. 축제가 워낙 질서 있게 운영되어서 봉사할 만한 일들이 많이 없었지만 쓰레기도 줍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우리”가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당진만 해도 여기저기에 외국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몰라서 참여를 못했을 뿐, 그분 들도 정보를 알고 지역행사에 함께 참여하니 얼마나 적극적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막상 친해져 보니 저의 삶에도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분들임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당진 분들도 그것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5월 13일에는 봄 소풍을 갑니다. 소풍을 간다고 하니 벌써들 반응이 뜨겁습니다. 어찌보면 이들은 저보다 당진을 좋아하고 당진을 사랑하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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