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아버지의 쟁기가
절름거리며 밭을 간다.
밭고랑을 열자 아버지의 흔적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굽은 등 너머로 환하게 웃으시던
시퍼렇게 날이 선 보습
금방이라도 하늘을 갈라
비를 내릴 듯 잔뜩 흐리다
추녀 밑에서 녹이 슨 채로 기울져 있는
아버지의 철지난 기억들은
출발선에서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처럼
열린 밭고랑사이로
줄지어 서있는 한 톨의 꿈이다
연처럼 높이 하늘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꿈이 달빛처럼 밝다
당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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