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열정, 그리고 도전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

▲ 가끔은 야외에서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하기도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연습 덕분에 실력을 인정받는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었다.

당진군에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그러나 이 오케스트라에게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바로 중학생들로 이루어진 청소년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면천중학교와 당진중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군내 유일한 면천중 현악반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당진중 관악부가 어우러져 전국 최고의 청소년오케스트라로 거듭나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를 만나보았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 창단 배경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가 창단된 배경에는 현재 청소년오케스트라의 단장을 맡고 있는 면천중학교 김성삼 교장의 노력이 컸다.
음악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던 김 교장은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며 악기는 단순히 소리를 내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당진이 점점 발달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진문예의전당도 생기고 다양한 음악회도 열리고 있으며 군립합창단도 생겨났죠. 그로인해 당진 군민들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바람직하고 잘된 일이죠.

하지만 이 문화예술을 아이들과 함께 병행할 수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도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없을까 생각하다 2006년 9월에 면천중 현악부를 창단하게 됐습니다. 지역과 당진의 문화발전 흐름을 보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현재 군에서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어서 다행이죠.


모든 것이 미흡한 상황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2006년 말에 문예의전당에서 제1회 앙상블을 개최할 만큼 학생들이 열심히 해줬습니다.
학생들의 실력도 늘어가고 후에 기회가 돼서 당진중 관악부랑 합주를 하게 됐는데 잘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됐습니다.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하는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음악은 영혼을 정화해주죠. 악기 또한 단순히 소리를 내는 기구가 아닙니다. 성장기 아이들이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악기를 다루게 되면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해서 학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요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입시와 싸우고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음악학원에 보내기보다 영어·수학학원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죠. 연세대학교 의대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웬만한 전문 오케스트라와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의대에 간 것도 어려서 배운 악기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는 것에 대해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점이 많이 아쉽죠”


김 교장은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교육정책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참 꿈을 키워갈 나이에 교실에만 앉아 교과서를 읽어야 하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청소년오케스트라가 단순한 악단이 아닌 학생들의 심적 휴식처 역할을 하길 김 교장은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2007년 제2회 앙상블을 개최한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 현악기의 선율에 푹 빠진 학생들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과 주말, 심지어 방학 동안에도 틈틈이 연습하며 현악기의 선율에 푹 빠져들고 있다. 악기를 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중학생 같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각자 연습하고 정기적으로 연습실을 빌려 호흡을 맞춰본다.


비록 처음은 호흡이 잘 맞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흡이 맞아간다.
모두가 학원과 학업 때문에 바쁘지만 연습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학생들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모두 음악실에 모인다. 또한 특기적성시간으로 1주일에 3시간씩 악기를 다루며 남다른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방학이면 캠프형식으로 연습에 참가, 개인지도로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창단 2년차인 지난해 충남학생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올해 은상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중이다.
그러나 학부모의 반대와 재정적 어려움은 언제나 큰 어려움으로 남아있다.
곧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김성삼 교장은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떠날까봐 걱정을 한다.


“제가 떠나면 아이들을 맡아서 이끌어줄 단장이 필요한데 웬만한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거든요. 제가 떠나면 아이들이 빛도 못보고 져버릴까봐 걱정이 앞서요. 지역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이 있다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맘껏 연습하고 실력을 키워나갈 텐데 말이죠. 퇴임 전에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말이에요”


아직 꿈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은 청소년오케스트라의 학생들은 이런 김 교장의 걱정을 아는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당진군 청소년오케스트라가 지금은 비록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젊음을 발산한다면 은상을 넘어 전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꿈을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음악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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