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봄꽃나들이에 갈 요량으로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검색해 봅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는 세탁해 곱게 넣어놓았던 겨울 패딩을 도로 꺼내 입습니다. 평상시 거추장스럽게 여겨져 잘 찾지 않았던 스카프도 목에 둘둘 감고 추위와의 전쟁에 만반의 채비를 합니다.

그렇게 삼삼오오 지인들과 이달 1일부터 태안 남면에서 열리고 있는 수선화축제장을 향합니다. 넓디 넓은 곳에 무려 300만 송이의 수선화 물결을 상상하며 가는 길목에도 개나리, 진달래, 홍매화, 목련 피어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이 깊어갈수록 눈만 뜨면 들에는 온통 피어난 꽃들이 한가득 들어오고 마음속에도 이팔청춘 18세 소녀마냥 봄바람이 슬쩍슬쩍 일렁입니다.

넉넉히 잘 준비된 주차장에 꽃샘추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 관광객들의 승용차량과 버스들이 즐비합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이 등 떠 밀며 재촉합니다. 수선화의 고고한 자태를 어서 만나보라고.

입장해 오른쪽으로 마련된 한 터널을 들어가니 그야말로 터널 속 전체가 포토존이 되어 사진들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거꾸로 매달려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호접란 아래 너 나 할 것 없이 추억을 담습니다.

“저렇게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화분이 안 쏟아져. 신기하네! 도대체 거꾸로 매달려 있는 화분에 물은 어떻게 주는 걸까?”

난의 아름다움은 두 번 째고 거꾸로 매달려 피어난 흔하지 않은 풍경에 관광객들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이어진 터널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의 패스트푸드를 맛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습니다. 터키의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코너에서는 묘기를 부리는 외국인 덕분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러시아 양꼬치 코너도 제법 사람들이 몰립니다. 이 나라 저 나라 해도 우리 한국의 전통막걸리에 해물파전이 으뜸입니다. 원래 술 못 하는데 달짝지근하니 막걸리가 술술 넘어갑니다. 우리 전통막걸리의 마력에 이끌려 살짝 목을 축이고 그렇게 기분좋게 본격적으로 꽃 탐색에 들어갑니다.

너른 벌판에 노오란 수선화가 흰색, 진분홍 튤립과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세찬 바람에 일제히 허리가 꺾이면서도 고고한 자태로 우리를 맞아줍니다. 한송이 한송이 바라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스토리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쁘다! 잘 해놨네!”

손자녀석 손잡고 전망대에 오른 한 어르신이 강렬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면서 그렇게 한참을 내려다봅니다.

손이 시리고 볼이 얼얼할 만큼 세찬 바람을 맞아가면서도 한 바퀴 휘 돌아나오는 지인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콩닥 콩닥 가슴 설레는 이 계절, 봄의 정취를 만끽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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