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면 대치리 이부분·임정희 고부

▲ 이부분 할머니(앞줄 왼쪽 두번째)의 가장 젊었을 적 사진 (60세 때)


이부분·임정희 고부가 살고 있는 면천면 대치리는 10여년 전부터 효도마을로 지정되었다.
며느리 임정희 씨 나이 일흔 둘. 그 든든한 단어 ‘어머니’가 아직까지 살아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고 있다.


임 씨의 시어머니 이부분 할머니는 1907년생으로 100세가 넘었다.
할머니의 건강비결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 바로 50년간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셔온 며느리의 어진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돈을 들여 건강식품을 섭취했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건강관리는 하지 않았다.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며 건강식이라면 가마솥에서 푹 끓인 사골국물 한 사발과 일상적으로 먹는 된장찌개와 밥, 김치와 같은 소박한 음식들이다. 그것이 이부분·임정희 고부가 말하는 최고의 건강식이다.
손하경 기자 sarang418@hanmail.net






▲ 올해로 102세가 된 이부분 할머니와 72세의 며느리 임정희 씨
1907년생 ‘이부분’ 할머니

당진군에 100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21명이다.
군에서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장수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하여 카네이션과 축하케이크를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부분 할머니는 1907년생으로 올해로 만 102세가 되었고 민종기 군수에게서 카네이션과 케이크를 받았다.
밖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쑥을 다듬다 말고 반기는 임정희 씨는 군수의 방문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임 씨의 행동에서 그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했다.
“오늘 아침에 이장님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우리 어머니가 100세가 넘어서 군수님이 오신다고요. 갑자기 연락받아서 준비해 놓은 것도 없고 뭘 대접해야 할지 걱정이예요”


공기 좋은 깊은 산속에서 고령의 두 노인이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집에서는 뭔지 모를 정겨움이 풍겨나온다.


“20살에 시집오면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잘 믿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워보질 못했어요. 어머니가 참 착하시고 말씀도 없으시다 보니 싸울 일도 없었고요.
어머니가 2남 2녀를 두셨는데 사실 두 아들을 먼저 보냈어요. 시동생이 돌아가시고 9년 전에는 우리 아저씨도 세상을 떠났어요. 동네일에도 적극적이고 집에서도 좋은 남편이었어요”


9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를 살며시 꺼내는 임 씨의 얼굴에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나왔다.
20살 앳된 나이에 시집와 50년이란 긴 세월을 시어머니와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고부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임정희 씨.


“어머니도 36살 젊은 나이에 아버님을 여의고 시집살이도 호되게 겪어보신 분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너무 잘해주셨고 시집살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어요. 정도 참 많으시고 좋으신 분이예요. 천주교인이었던 저와 어머니는 같이 성당에 다니면서 위안을 삼고 서로를 많이 의지했어요.

어머니가 성당에 못 가신지 1년이나 되었고 지금은 집에서만 기도를 드리고 있지요. 작년까지만 해도 같이 농사 지으면서 성당에 다닐 때가 참 좋았는데 안타깝지요”


▲ 할머니의 건강비결은 바로 50년간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셔온 며느리의 어진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돈을 들여 건강식품을 섭취했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건강관리는 하지 않았다.
건강한 밥상…밥과 김치가 ‘제일’

이부분 할머니의 건강비결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과 소박한 음식에서 비롯된 듯하다.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면서 며느리가 직접 농사지은 곡식을 바탕으로 한 정성이 깃든 밥상을 매일 받아왔을 뿐이다.


청력저하로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태였지만 임 씨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강비결이 뭐 있나요. 따로 보약을 챙겨드린 것도 없고 밥하고 김치가 제일이죠.
특별한 게 있다면 우리 애들이 할머니 하고 드시라고 보내준 사골을 가마솥에서 푹 끓여 드리고 있어요. 여기에 무를 정도로 찐 김치를 주로 드세요.

이가 없으니까 다른 영양가 있는 거는 못 드시고 하루 세끼 식사하고 간식으로 요플레3개씩 드세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함께 농사를 짓고 성당에 나갔지만 이부분 할머니는 올해 들어 누워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노환으로 인한 어지러움증과 시력과 청력이 떨어진다는 것 외에는 건강상의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임 씨는 수시로 병원에 모시고 가야만 마음을 놓는다.


“요즘 들어 어지럽다고 누워만 있으려 해서 속상해요. 병원에서는 특별한 질병은 없고 노환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연세가 워낙 많으시니까 안심이 안되요.
버스는 하루 3, 4대가 들어오긴 하는데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택시를 불러서 병원에 가고 있어요”


이렇듯 임 씨의 시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인정할만 하다. 더구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시어머니의 목욕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감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임 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집을 개조했지만, 목욕탕이 밖에 있는 탓에 겨울에는 부엌에서 목욕시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부엌에서 시켜드리고 있어요. 전에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목욕봉사를 한다면서 반 부담을 하라는 말에 그 뒤로 계속 혼자 했어요. 저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몸도 아프고 힘이 들지만 어쩌겠어요.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혼자 해야죠.


논·밭도 다 도지주고 애들 오면 주는 재미로 마늘 조금, 감자 조금만 심었어요. 어머니가 전처럼 기운을 차리셔서 외출도 하시면 좋겠지만, 연세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라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머니는 이제 죽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만 앞으로도 아픈 데 없이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