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외출 준비중인디요.”
“워디 가?”
“운산 여미리 수선화가 활짝 폈다 안하요. 그라고 1일부터는 입장료를 받은다고 헌께 얼른 갔다 올라요.”
“그려?”
 
전라도가 고향인 당진 사는 지인이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서산으로 나들이를 간다고 아침부터 부산을 떱니다.

그렇게 얼싸 덜싸 휩쓸려 31일 오후 가족과 함께 찾아 본 이곳은 입구부터 차가 밀려 진행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유기방가옥을 둘러싸고 아름드리 피어난 노오란 수선화를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들었나 봅니다.

도로 양쪽은 물론이고 부근 논과 밭은 임시주차장이 되어 차량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친절하게 주차안내를 해주며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날씨도 좋은데 비타민D도 흡수할 겸 운동 삼아 걸어 갈랍니다. 천천히 오십쇼.”

그렇게 가족을 미련 없이 잠시 버리고 일부러 밭두렁 길을 걸어봅니다. 냉이도 벌써 하얀 꽃이 피었고, 이 곳 저 곳 고개 들어 둘러보니 양지바른 곳에 개나리, 진달래 보란 듯이 어느새 후루룩 다 피어났습니다. 꽃망울을 머금은 벚나무는 빵! 출발 신호를 알리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 같습니다.

그렇게 정겨운 길을 걸어 도착한 이곳은 노오란 수선화 물결에 나들이 나온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오버랩 되며 잔잔하게 파도치고 있습니다.

“이야!! 이쁘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들어선 입구에는 다양한 간식코너도 운영되고 있고 도자기공예랑, 발효비누도 만들고 살수도 있는 문화체험의 장도 준비돼 있습니다.

초입에서부터 바닥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엄마들 뭐하는 가 봤더니 허리 굽고 고개 숙인 할미꽃이랑 아이들을 사진 속에 담습니다. 아이들은 허리 굽은 할미꽃 어루만지며 시골집 할머니를 그리워합니다.

웅덩이에 노닐던 물오리들 먹이 찾아 올라오니 아이들은 그저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신기하고, 전통옹기를 만들기도 하고 구입할 수 도 있는 코너에서는 엄마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위로 오르니 여기 저기 포토존에 줄을 섰습니다. 아무데나 걸터앉아 아무렇게나 눌러대도 작품이 되는 예쁜 꽃밭입니다.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 속에 웃음꽃과 함께 봄을 담습니다. 아이들을 끌어안고 셀카 찍는 가족은 어쩌면 그렇게 수선화 꽃잎을 닮았습니다. 속 여리고 작은 꽃잎은 아이요, 이를 둘러싼 큰 꽃잎은 엄마입니다.

한켠에 다리 아파 그루터기에 걸터앉은 어르신들은 꽃과도 같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살리고, 함께 걷는 우리 가족은 모조리 시인이 되었습니다.

꽃잎에 지나던 봄바람 담겼네!
여리고 청순한 소녀들 같아요!

봄바람에 일렁이는 꽃잎따라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춘다!

수선화 활짝 피어난 둘레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마법 같은 길을 되돌아 나와 주차안내 하시는 마을 분에게 묻습니다.

“올해부터는 입장료를 받는다지요? 1일부터는 얼마를 받는거래유?”

“서산 분은 천원이구유, 다른 지역 분은 2천원이유. 뭐 인심 사납게 신분증 보여주라고 허겄슈? 허허허. 이거 뭐 돈 벌려는 거 아니고 그저 우덜 더운 디 애쓴다고 막걸리 한 잔 대접헌다 생각허믄 좋겄슈.”

들어오는 길, 나가는 길 구분하여 차량안내를 해주시는 마을 분들에게 시원한 막걸리 한잔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입장료 기분 좋게 내시고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이곳을 꼭 한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주말이면 그늘져 미처 피어나지 못한 수선화 활짝 피어나 반겨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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