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당진종합운동장을 지나 석문방면 대로변에서 만난 멧돼지
17일 오후 당진종합운동장을 지나 석문방면 대로변에서 만난 멧돼지

봄은 우리를 자꾸만 밖으로 불러내는 동네 깨복쟁이 친구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봄 친구 유혹에 이끌려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오래간만에 가까운 왜목마을 해변을 향합니다. 창문을 열고 달려봅니다. 정겨운 시골냄새 논밭에서 솔솔 풍겨와 고향집이 이내 그리워집니다.

동행한 초등생 아이들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친구와 함께 놀이 할 기대감에 들떠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모두가 당진종합운동장을 지날 무렵 특별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 멧돼지다!”

만일 전날 밤 이런 광경을 꿈으로 꾸었다면 로또복권 1등은 따 논 당상 일 듯 싶습니다. 송아지만 한 멧돼지 한마리가 대로변에 나왔습니다. 바로 앞에서 우리가 탄 차량을 위협하며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덩치 큰 차량에 겁먹고 중앙분리대를 끼고 힘껏 내달리기도 합니다. 금세 차량이 밀리고 운전자들은 저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만일 차 안이 아니었더라면 덩치 큰 멧돼지를 마주 하고 얼마나 당황해 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말로만 들었던 농부들의 고충이 훅 와닿습니다.

아이들이 부르던 콧노래도 멈추었고 열어놓았던 창문을 슬그머니 닫습니다.

“내 생전 저렇게 큰 멧돼지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그것도 이 대로변에서!!!!!”

“엄마, 신기해요! 헐!!! 돼지도 봄나들이 나왔나봐요.”

“먹을 게 없어서 내려온 것 같아!”

모두들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리고 119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직 포획 전입니다만, 사실은 몇 시간 전에 집 나간 돼지 신고를 받은 터였습니다. 아마 그 돼지 같습니다.”

“집 나간 돼지인 것 같대.”

“집돼지는 저렇게 안 생겼어.”

“그러게...”

집 나온 집돼지든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든 우리 모두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그 돼지 사건은 월요일이 되어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기자근성에 소방서에 확인을 해봅니다. 그날 공교롭게도 돼지 관련 두 사건이 접수됐더랬습니다. 하나는 집돼지가 탈출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신고했던 돼지가 집 나온 돼지였습니까?”

“저희가 출동했을 때는 이미 현장에 없어서 확인이 안됐습니다.”

“집 나간 돼지는 무슨 색으로 신고가 됐나요?”

“검정색입니다.”

“에고 우리가 신고한 돼지는 아이보리색이었는데.. 그럼 그 돼지가 그 돼지 아니었네요.”

“그렇네요! 신고하신 돼지는 멧돼지가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집을 나온 돼지도, 산에서 내려왔던 멧돼지도 모두 제 갈길 가고 못 찾았다는 결론이.^^

“아까 그 멧돼지가 우리 차를 들이받으면 어쩌나 걱정됐었다니까!! 돼지가 들이받으면 대체 어디서 보상을 받느냐고!!”

함께한 일행 가운데 누구보다도 차분함으로 일관했던 남편이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염려했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야생동물로 인해 차량이 훼손되거나 사람이 다쳤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월요일이 되어 오전 당진시청에 전화해 문의 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파손으로 인해 차량이 훼손됐다면 국가배상신청(042-470-3257)이 가능하지만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지 않으면 구제방법이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염려대로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습니다.

힘들게 가꿔놓은 농작물을 훼손하고, 때로는 사람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유해야생동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각 지자체마다 전문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 유해야생동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내 자신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행동요령을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무리에서 벗어난 멧돼지는 사납고 위험하다고 합니다.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공격할 수 있으니까 절대로 접근하지 말고 조용히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등을 보이면서 달아나면 안 되고 주위에 나무나 바위 뒤에 신속하게 숨는 것이 좋다고 하구요.

당황하고 겁먹은 모습을 보면 바로 공격을 한다고 하니까 멧돼지랑 눈이 마주쳤을 때는 눈을 회피하지 말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 숨으면 고개를 젖혀 쳐다볼 수 없는 멧돼지를 따돌릴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산에 출입할 때는 형광색 같은 밝은 계통의 옷을 입고 해가 진 후에는 입산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요즘과 같이 파종시기에 더더욱 출몰이 잦다고 하니 모두 행동요령을 숙지하셔서 안전에 유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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