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살랑살랑 불어주는 봄바람의 유혹에 이끌려 주말을 맞은 3일 오후 가족과 함께 당진에 유일한 삼선산수목원을 찾아보았습니다.

겨우내 텅 비었을 주차장이 제법 찼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에 손을 잡고 어찌 보면 아직은 황량한 수목원을 향해 정겹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동안 보관소에 꽁꽁 갇혀 있던 어느 집 자전거는 두 남매 손에 끌려 나와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봅니다. 다행히 댕굴댕굴 바퀴는 잘도 굴러갑니다.

목마 태운 아빠도, 목마 탄 막둥이 녀석도 해맑은 웃음이 번지고, 보드 타며 뒤따르는 형님은 의젓합니다. 집안에서 방학동안 아이들과 씨름?했던 엄마는 오늘 참 자유를 마음껏 누려봅니다.

겨우내 집안에서 걸음마 연습 했던 딸이 탈출한 빈 유모차는 엄마가 끌고, 손녀딸 손을 잡고 양쪽에서 걷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웃음이 마구마구 나옵니다. 어여쁜 손녀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웃음유발자인가 봅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들, 아빠는 연신 카메라 셔터 눌러대며 추억으로 담습니다.

연못 위 정자에 마련된 테이블에 오붓하게 앉아 도시락을 먹는 가정이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니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입니다.

출렁다리 건너려고 들어간 방문자센터에 마련된 작은 곤충전시관은 반자동으로 아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쉬어가게 만듭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아빠와 아들이 손을 잡고 걷는 출렁다리는 언제 걸어도 낭만적입니다. 엄마가 셔터를 누르려는데 눈치 챈 장난꾸러기 아들이 마구 마구 흔들어 출렁대는 바람에 사진도 흔들흔들 출렁입니다.

4-5월에 연한 분홍빛 꽃이 피어난다는 복사나뭇가지에도 꿈틀꿈틀 움이 트고, 인부들이 나무마다 뿌려놓은 거름에 햇빛이 녹아들며 구수한 냄새를 풍겨댑니다.

“엄마, 나무들에게서 자꾸만 이상한 냄새가 나요!”

“나무들 잘 자라라고 거름을 뿌려줘서 그려.”

“거름이 뭔데요?”

“나무들 영양제!”

“아, 나도 영양제 먹을 때 냄새 나는데 나무도 그렇구나! 나무야, 그냥 눈 딱 감고 꿀떡 삼켜. 그럼 냄새 덜 나.”

그렇게 냄새나는 영양제를 막내둥이가 알려준 방법대로 꿀떡 꿀떡 삼키고 있을 나무들을 끼고 난 사잇 길을 걷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엄마, 조용히 하세요. 나무들이 시끄럽다잖아요.”

평상시 길 가면서 노래 부르는 엄마가 마땅찮은 녀석이 말 못하는 나무 핑계를 댑니다.

“뭔 소리여. 봄이니까 후딱 일어나라고 깨워야제. ♬사방에 봄바람 불어 잇고 ~”

그렇게 뻔뻔하게 흥얼거리며 걷는데 저 멀리 시멘트 길 맨 바닥에 아빠랑 자녀들이 앉아 있고 엄마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이른 봄이어서 아직은 사진 찍을 만 한 어여쁜 꽃 하나 없지만 가족이 함께한 봄나들이 속에 피어나는 웃음꽃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봄나들이 겸 산책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여덟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입구에 옹기종기 몰려있습니다.

“여기, 이런 안내문도 있네! 아빠, 일주일에 5일 30분 이상 걸으래요.”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당진시보건소에서 비치 해 놓은 안내문을 찬찬히 훑어보는 이 대가족은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오늘 삼선산수목원을 처음 방문한 것 같습니다.

기대감을 안고 수목원을 향하는 대가족의 경쾌한 발자국소리를 따라 자꾸만 자꾸만 봄이 따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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