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균용(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 집행위원)

지난 2월 2일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폐지 되었던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하 충남인권조례안)이 안희정 도지사의 ‘재의’ 요구에 의해 다시 도의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안희정지사의 재의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이번에는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고 충남의 인권이 증진 될 수 있는 결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충남인권조례 폐지 주장에 먹먹하기만 하다. 그들은 충남인권조례로 동성애가 늘어나고 에이즈가 확산된다며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충남인권조례안에 감사해야 한다. 인권조례 덕택에 자식들이 학교에서 매 맞거나, 교사로부터 욕설을 들었을 때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쫓아가 항의할 수 있다. 인권조례 덕택에 장애가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모든 공공기관에 장애인 이동시설과 편의시설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인권조례 덕택에 노인들은 지자체에게 안락한 노후를 위한 각종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권조례는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례이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 것일까? 정말로 내 자식이, 사랑스러운 나의 교인들이 동성애자가 될까봐 그러는 것일까? 인권조례 구석구석을 뒤져봐도 동성애를 권장하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인권조례로 동성애자가 늘었다는 통계도 없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관리지침(2016년)만 봐도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것은 헛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왜 자꾸 인권조례안을 이슈화시키는가? 이 소란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은 누구인가?

지난해 촛불혁명 이후 우리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치인들의 국가운영능력이 얼마나 미천한지 그 민낯을 보았다. 그들이 금지옥엽처럼 여겼던 안보와 경제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으며 모든 국가 시스템을 이용해 사적 이익만을 누려왔다는 것이 발각되었다. 자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다 종북주의자라고 여론 몰이하며 상황을 덮어버리는 작전도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아무리 평양 올림픽이라고 떠들어도 사람들은 컬링의 ‘영미’에만 관심을 가진다. 지자체 선거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떤 ‘퍼포먼스’에도 자신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보수 정치꾼들의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개신교 정치를 주도하는 일부 대형 교회들도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회세습 등의 문제로 교인들까지 분열되고 말았다. 지난 촛불혁명 이후 젊은이들은 정치 편향성 등을 이유로 들며 교회의 영향력은 뚜렷이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종교인 과세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도 차갑다. 정치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해주던 보수정치세력도 맥을 못추고 있다. 큰일이 났다. 위기가 닥쳤다. 현재 전개되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신도들을 붙잡아 두고, 자신들에게 차가운 여론을 반전시킬 ‘그 무엇’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것이 ‘혐오’와 ‘배제’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별받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더 좋은 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논란과 소동들은 언제나 즐겁다. 그 고통을 통해 낳은 결과물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든든한 기둥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발언은 ‘말할 권리’가 아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종교는 탄압해도 괜찮다는 ‘나치즘’과 유사한 생각이다.

이제 혐오와 차별로부터 내 자식과 내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충남인권조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현재의 우리들이 후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평가될 것인가의 기로가 현재의 충남인권조례를 지켜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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