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그날, 하루 종일을 우리 국민은 한없이 부끄러워 해야만 했다. TV는 헬기까지 띄워가며 현장중계를 하는 부산을 떨어서 세계만방에 우세꺼리를 제공해놓았으니 도무지 남세스러워서 이제는 외국여행도 꺼려해야 할 판이다.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인이라면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 되지 않았는가.


그날 아침,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날 그런 그를 보면서, 그 말을 들으면서 그 ‘면목없고 죄송함’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를 않는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의례히 들을 수 있는 ‘상투적인 말씀’에 지나지 않을 뿐 진정성이 와 닿지가 않는 것이다. 국민이 더 참담해하고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나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소박한 양심에 비춰보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벌써,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외경과 사랑을 간직한 대통령이라면 도저히 이럴 수는 없으리라는 판단으로, 그에게 국민에 대한 외경과 사랑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으며, 그를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그 찬란했던 도덕성이 이면의 복마전인 속을 드러내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그 허상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나오느니 탄식이다.


이제, 드러나고 있는 그의 행위가 범법행위가 되느냐 아니냐의 법리논쟁은 더 이상 필요도 없고 무의미할 뿐이다. 그것은 사직당국에서 절차에 따라서 법의근거로 판단하고 처리할 문제이다. 그건 그야말로 법대로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은 이미 판단을 끝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 이전에 국민적 정서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참여정부의 일원이었고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몇몇 인사들의 언동은 다시금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부끄럽게 하며 화나게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라느니, 검찰수사를 ‘전임 대통령 모욕주기 공작’이라느니, 1억 원짜리 명품시계 선물 사실이 알려지자 ‘사건본질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로 망신 주겠다는 비열한 짓’이라는 등의 발언은 문제의 본질과 국민정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언동일 뿐이다. 제발 자숙하고 겸허해질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반성할 것도 함께 주문한다. 이 사태의 책임을 함께 나누어 지고 자숙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어떤 것으로도 덮거나 감추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정녕 그들만 모른다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지가 않은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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