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규(한국산업기술협회연수원 교수. 연구소장)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행복하다

우리나라 평균수명 81.3세 그러나 교육, 일반, 별정, 소방 등 공무원 평균수명은 64.3세란다. 살아온 삶보다 살아야할 인생이 적은 나는 얼마나 될까? 과거-현재-미래 내 인생을 읽어본다.

나는 흙수저로 자랐다. 초등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문맹의 빈농 부모, 흙수저로만 살아야 하는 인생은 6살 때 동네 정미소 부잣집에서 받았다. 나와 동갑의 정미소 부잣집 딸은 공주이고 나는 노예의 아들 같았다.

여름 어느 날, 정미소 주인은 이동판매하는 시원한 아이스케키를 주문한다. “아~나도 시원한 맛을 보겠구나” 그러나 나만 뺀 사람들 숫자만 주문했다. 그날 늦은 밤 “엄마? 우린 왜, 가난해?”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죽이라도 밥은 먹고 있지 않냐?”고 답했다.

동네 6명 또래가 국민학교 동시 입학했다. 120여 명 중, 6년간 1,2위를 놓치지 않았고 도시 중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입대를 준비할 무렵, 벼 추수로 일당 받고 일하고 있을 때 였다. 먼저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입학원서를 내밀었다. 결국 동네에서는 처음으로 국립대학교에 고교 졸업 2년 후 입학하게 됐다.

동네 사람들 칭찬에 부모는 얼마나 기분 좋을까! 그러나 졸업 일주일 전 쯤, 부친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지고 14년 만에 작고하셨다. 40대 중반에 6남매 자녀 키우는 모친의 흙수저는 계속됐다. 얼마나 많은 50년 인고의 생활이었겠는가

그러나 현재 동네에서 최고령 95세 나의 모친은 자녀, 가족 자랑에 엔돌핀이 가득 쌓이고 있는 듯하다. 통화할 때마다 “밥은 먹었냐? 차조심해라, 다음 전화할 때는 오후 3시쯤 하거라”

아마도 양로당에서 자식 자랑하려고 그러시려나보다.

ROTC장교-포철공고-한국산업인력공단-신성대학교와 수원과학대학교 등 지금도 막신일호, 한 직종 전공으로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내 자신은 어릴적 흙수저의 좋은 기억으로 일하는 기쁨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애지중지 키워온 나의 자녀 모두 새 보금자리로 떠난 허전함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주는 후배, 제자, 지인들이 무한 고맙다. 앞으로도 민이호학 불치하문과 겸손지혜로 후배, 제자, 지인, 자녀가족, 친척을 먼저 사랑 배려하고 존경하는 인생을 다듬어갈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