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에서 힐링을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

“너무하십니다. 방학인데 집에만 계실겁니까?”

춥다고, 감기 걸린다고, 결국 감기 걸렸다고 이런 저런 이유로 꼼짝 않고 있다가 방학을 맞은 늦둥이 녀석의 귀여운 투덜거림 덕분에 오래간만에 안면도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구불 구불 서산 부석면을 통과해 안면도를 향해 가는 길은 사계절 너무나 아름다워서 드라이브코스로 그만입니다. 상상만 해도 참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그런데 며칠동안 내린 눈이 한파에 얼어붙어 곳곳에 블랙아이스가 도사리고 있어서 위험할 것 같아 널찍한 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갑니다.

당진에서 출발해 최근에 개통한 서산IC 새 진입로를 통과해 홍성방향으로 내달리는 길. 여기 저기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우와!!!!”

드넓은 운산 삼화목장이 새하얗게 물들어 끝없이 펼쳐진 황홀한 광경에 온 가족이 감동의 하모니를 이뤄 합창을 합니다.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이 아름다워 사랑받는 이 길이 겨울에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서산의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길이 미끄러우면 어쩌나 염려 가득 안고 출발했는데 주말부터 한파가 누그러진다더니 도로 에 눈이 다 녹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늦둥이 녀석 아니면 우리가 이런 델 와보기나 하겠수?”

커다란 공룡들이 떡허니 버티고 서 있는 쥬라기박물관 앞에서 ‘이 나이에 공룡박물관이라니.....’ 하며 어이없어 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아빠는 아들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포즈를 취해가면서 정신없이 추억을 담습니다.

방학 맞은 아이들과 이곳을 찾은 부모들이 참 많이 눈에 띕니다. 몇사람 붙들고 어디서 왔느냐 물으니 경기도에서 왔다, 서울에서 왔다, 포항에서 왔다, 전국 각지에서 왔습니다. 엄동설한에 우리 고장을 찾아준 이분들이 괜시리 고맙습니다.

“누나가 올려서 앉혀 줄게.”

공룡포토존에 어린 동생을 낑낑대며 안아올리는 누나, 화석을 발굴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아래가 훤히 내다 보이는 유리바닥이 무서워 기어가는 꼬마 아이, 그마저도 용기가 없는 아이는 뒷걸음질을 치고, 건전지 넣어 살랑살랑 꼬리 움직이는 공룡은 어린 아이의 울음보를 터뜨리게 합니다. 공룡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억울한 공룡을 뒤로 하고 꽃지해수욕장을 향해 달려가 봅니다. 변산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유명한 할미할아비 바위가 금슬 좋은 노부부마냥 이날은 몸을 담그고 오붓하게 반신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춥다고 꽉 닫아놓았던 차창을 열어봅니다.

“흐미, 바다 냄새!! 좋은거!!!”

한겨울이지만 명소답게 이곳에는 적잖은 관광객들이 찾아 여유롭게 거닐고, 공을 차는가 하면, 젊은이들 군데 군데 몰려다니며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습니다.

회 한사발을 즐기고, 해질녘 바라보는 낙조는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어둑어둑해지니 너 나 할 것없이 정월대보름을 연상케 하는 폭죽놀이가 시작되고, 인심좋은 폭죽아저씨는 불발탄에 속상해 하는 꼬마녀석에게 냉큼 달려가 새 것으로 교환해 줍니다.

장갑도 없어 꽁꽁 얼어붙은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높이 쏘아올리는 폭죽에 늦둥이 녀석의 꿈도 추억도 함께 쏘아 올려 보냅니다. 그 광경 사진으로 남겨보겠다고 카메라 연신 들이대던 엄마 손도, 폭죽에 불 붙여주는 아빠 손도 꽁꽁 얼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은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스멀스멀 녹아집니다.

“너무 좋아요. 우리 다음에 또 와요.”

찬 바닷바람에 얼어붙은 손과 벌개진 얼굴을 엄마 뱃속에 쑤욱 집어넣고 녀석 기분좋게 잠이 듭니다. 바다랑 맞닿은 하늘에 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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