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 미니멀라이프시대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배치해서 삶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비움의 철학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지난 한주간은 내내 비우는 일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몇해 동안 입지 않은 옷들, 앞으로도 도무지 입을 것 같지 않은 옷가지들을 헹거에서 하나 둘 씩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애타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트레이닝 바지를 찾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가득 가득 채워져 있던 헹거가 가벼워지니까 한 눈에 들어와 옷을 찾기도 쉬워지고 마음까지 덩달아 가벼워집니다.

베란다에 버티고 있던 덩치 큰 트리는 관리사무소에 기증을 하고, 걸 곳이 마땅하지 않아 구석에 방치해 놓았던 20년 넘은 결혼사진이며 갖가지 액자들도 과감하게 정리합니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아깝다고 무작정 쌓았놓았던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여기 저기서 주는대로 무작정 받아서 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책도 필요없게 된 것들은 미련없이 내려놓습니다. 책장에 공간이 생기니까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되고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이불도 정리합니다. 우리집에 사용하지도 않는 베갯잇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습니다. 일년에 한번도 쓰지 않는 방석들, 선물 받으면 아까워서 자꾸만 넣어두곤 했던 수많은 무릎담요들도 눈 꼭 감고 정리합니다.

그랬더니 넘치고 넘쳐 문도 잘 닫히지 않던 이불장이 늦둥이 녀석 숨을 공간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비워낸 책들이며 옷가지들이며, 수년간 한번도 안 들었던 가방들, 목이 늘어난 양말들, 사용하지 않아 녹이 슨 고기불판, 고장 나 먼지 낀 핸드폰들까지 현관에 일제히 모아놓고 ‘헌옷삼촌’에 전화하니까 가져가고 무게를 달아서는 돈도 주고 갑니다.

비워낸 공간들을 주욱 돌아보니까 기분이 어찌그리 좋은지. 머릿속까지, 마음까지 개운하고 가벼워집니다. 이렇게 비워내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그저 사고 또 사고, 받고 또 받아 채워넣기만 했던 나쁜 습관을 버려야겠구나! 옷을 하나 사더라도,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참 많이 신중을 기해야겠구나!

마음을 비우면 가벼워지는 것을,
욕망을 비우면 살만한 세상인 걸
버리고 비우면 가벼워지는 것을
훨훨 자유로워지는 것을...

‘관허스님’의 글귀가 뇌리를 스쳐 머뭅니다. 비워야 할 것은 비단 물건 뿐만이 아닙니다. 욕심, 시기, 질투, 고민, 잡다한 생각을 자주 자주 비우고 그 안에 좋은 생각, 행복한 생각으로 채워지는 올 한해 가 되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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