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린발전소와 에코파워... 그리고 교로리

“새벽 5시 쯤 됐나? 다들 잠들어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와서 천막을 다 걷어내는거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그렇게 그 자리서 쫓겨났어. 지금 생각하면 5월이어도 밤에는 추우니까 가스난로를 2개나 켜 놓고 있었는데, 큰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 불이라도 났어봐? 거기 있는 사람 많이 다쳤을 거야”

올해로 72살이 된 임전규 어르신은 7년 전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고 했다. 다른 지역 젊은이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동네 사람들을 짐짝처럼 들어냈다고 했다. 남의 동네도 아니고 본인 마을에서 그런 취급을 당한 주민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남아있는 듯 했다. 그것이 주민들이 처음 맞닥뜨린 동부그린발전소, 지금의 SK에코파워 발전소다.

공유수면매립계획으로 알려진 민간화력발전소
2010년 초 공유수면매립계획이 당진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장소는 석문면 교로리. 해가 뜨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명소로 잘 알려진 왜목마을이 있는 바로 그 교로리다. 사실 교로리 주민들은 동부건설이 자기들 말로 ‘좋은 사업’을 하겠다며 마을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또 다른 석탄화력발전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그 시점이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서발전이 국가정책이라고 말하면서 당진화력 1~4호기만 들여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주민들은 특별한 저항 없이 석탄발전소를 허락했다. 동서발전은 시간이 지나자 5, 6, 7, 8 호기까지 발전소를 늘렸고, 민간화력발전소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에는 9호기와 10호기까지 증설하려고 하던 때였다.

10년 넘게 석탄화력 발전소 옆에 살던 주민들은 그 피해를 너무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더욱이 주민들의 피해 호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전소를 10호기까지 늘리는 소위 ‘전원(電源)개발정책’의 폭력성을 주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국가시설이 들어온다는 자부심
주민들은 처음 당진화력이 들어올 때 자부심도 있었다. 왜목 마을이 개발됐던 시기도 아니었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조용한 시골마을에 나라의 전력공급을 책임지는 중요한 국가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90년대 초반 대호간척지가 생기기 전에는 교로리에는 바닷일을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김 양식을 할 정도로 깨끗한 바다가 석문 앞에 펼쳐져 있던 시기다.

간척지가 생겨 마을에는 농토가 늘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순박했다. 그리고 순진했다. 교로리 주민 임관택(교로리 전 이장) 씨는 “당진화력발전소가 생기고 송전탑을 건설할 때 어떤 주민들은 송전탑을 내 땅에 건설해 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보상금을 준다고 하니 기왕이면 내가 받고 싶었던 거죠. 시골마을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잡아 본다는 것이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순진했던 교로리 주민들은 당진화력이 처음 들어설 때의 그 주민들이 아니었다. 마을에는 아픈 사람들이 늘어났고, 소음과 비산 먼지는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암환자로 쓰러지는 사람도 늘어났다. 주민들은 이게 다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민간화력발전소가 또 마을에 들어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주민들과 당진의 시민사회단체는 ‘석탄화력 대형화 저지 당진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2010년 3월 31일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공동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당시 당진화력 9호기와 10호기의 증설과 맞물려 대형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진시(당시 당진군) 역시 ‘동부그린발전소’의 신규증설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2010년 5월 12일 열린 동부발전소 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 장소는 앞 서 언급한 것처럼 폭력으로 물들었다. 동부건설 측이 고용한 용역들은 주민설명회를 막고자 주민들이 농성을 하던 천막을  용역을 고용해 철거했다. 주민설명회 장소로 들어가려고 했던 반대 측 주민들은 용역들과의 몸싸움 끝에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장에서 “중국애들 부르면 저것들 2천만 원이면 해결하는데” 같은 험한 이야기도 들었다.

남아 있는 주민간의 갈등
그리고 오랫동안 주민들은 싸웠다. 함께 민간석탄화력발전소를 반대한다며 앞장섰던 이들 중에 많은 이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에코파워 유치 찬성 활동을 했다. 주민들은 갈등했다. 석탄화력 반대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출향인 중에는 투쟁 도중에 찬성으로 돌아서 다시는 고향인 교로리에서 볼 수 없는 이도 있다.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민들은 반목했고, 상처받았다.

찬성 측 입장으로 돌아선 주민들도 할 말은 있다. 어차피 석탄화력발전소가 국가정책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받아야 했다고 말한다.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교로리의 에코파워 발전소는 LNG로 전환됐다. 그리고 당진을 떠난다. LNG발전소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당진을 떠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남아있는 석탄화력 1~4호기 그리고 송전선로
하지만 교로리 주민들은 온전하게 그 사실에 기뻐할 수 없다. 아직 교로리에는 석탄화력발전소 10기가 그대로 남아 있고 송전선로 역시 V자형으로 마을을 지나가고 있다.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오래 된 1호기에서 4호기까지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교로리는 마을회관 어르신들도 이미 7~8년차의 투사이자 발전과 송전분야의 준전문가가 됐다. 765v 송전탑의 높이와 무게를 줄줄이 말할 정도이며, 전원개발촉진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제 민간석탄화력발전소는 떠났지만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남았다. 그리고 송전선로는 여전히 마을의 머리 위에 남아 있다.

이 투쟁에 함께 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당진의 민간석탄화력 발전소가 철회된 것이 정권 교체를 이룬 촛불이 당진시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끈질긴 싸움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분명한 진실이다.

당진에코파워(구 동부화력) 주요일지 (당진시송전선로발전소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2009. 12. 3  동부건설 대산지방해양항만청에 사전환경성검토서 제출
●2010. 2. 2:  대산지방해양항만청, 동부발전소 건설사업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반영 위한 사전환경성   검토서 주민공람 및 설명회 개최 공고
●2010. 3. 31  석탄화력대형화 저지 당진군대책위원회, 당진읍 분수대광장에서 당진군민 결의대회
●2010. 5. 12:  동부화력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 용역인력 동원해 찬성주민만 출입시킨 채 강행
●2010. 12. 16:  지식경제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동부화력 반영
●2011. 6. 29: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 제3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동부발전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조건부 승인
●2011. 8:   동부화력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전기사업 허가 신청
●2011. 9 2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동부화력 전기사업 허가 신청 반려
●2011. 9 19   동부화력 환경영향평가 초안 당진군에 제출. 당진군 반려
●2011. 11. 14  지식경제부, ‘동부화력발전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 공고했으나 당진군과   서산, 화성시가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주민설명회를 공고했다며 반발하자 무기한 연기
●2012. 2. 27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동부화력 전기사업 허가 건 보류하며 3월 재상정 방침표명. 이날    동서발전, 동부화력에 40%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사실 확인
●2012. 3. 16  석문면 주민 120여 명이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동부금융센터 앞에서 동부화력발전소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임.
●2012. 3. 28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는 동부화력 측이 신청한 발전사업 허가 심의를 진행했으나 여건   이 미성숙했다며 한 달 후 재심의하기로 결정.
●2012. 5. 30  동부건설이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신청한 전기사업허가 신청이 전기위원회를 통과.    단,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 신청 전 당진시장 또는 석문면개발위원회의 유치 동의를 받아   야 한다’는 조건부 전기사업 허가를 받음.
●2012. 6. 7   당진시대책위(전 당진군대책위)가 동부화력 전기사업 허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집회를 벌이며 강력 대응.
●2012. 6. 12  푸른충남 21 실천협의회 주관 충남권 환경현안 갈등해결을 위한 공감대형성 토론회 개최.   같은 날 동부화력 지역언론사에 발전소 건설 기정사실화 하는 “석문면 주민 여러분께 감   사한다”는 내용의 광고 게재. 당진시대책위 강력하게 반발하며 한 달 동안 집회 개최.
●2012. 10. 24  동부화력 유치동의 여부가 안건으로 상정된 석문면개발위원회 총회가  반발에 무산.
●2012. 11. 28  ‘동부화력 유치 찬반의 건’이 상정된 석문면개발위 총회가 반대로 다시 무산.
●2012. 12. 20  석문면개발위는 ‘동부그린발전유치 동의의 건’을 서면심의를 통해 찬성으로 가결.
●2012. 12. 21  석문면개발위는 유치동의 건이 가결됐다는 사실을 당진시와 지식경제부에 공문으로 발   송. 이날 동부발전도 지식경제부에 조건부 해제를 요청.
●2012. 12. 27  지식경제부, 조건부 해제.
●2013. 2   석문면 교로2리 전기사업허가 무효확인 소송 제기
●2013. 6. 23  서울행정법원  교로2리 주민들이 지식경제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각하
●2013. 12. 26  이철환 시장 ‘동부그린발전소 관련 기자회견’ 열고 동부화력 수용. 같은 날 동부화력 저   지 당진시대책위원회 이철환 시장에 대해 낙천·낙선 운동을 선포한다”고 선언
●2014. 1. 8   당진지역시민사회단체 당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동부화력 수용한 이철환 시장에    대해 낙천·낙선운동 공식 선언
●2014. 2. 10  ‘2014 지방선거 당진희망정치연대 , 이 시장의 낙천 요구서 전달 
●2014. 2. 21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동부화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 설명회가 동부화력 저   지 당진시대책위원회의 강력한 반발로 몸싸움 끝에 무산
●2014. 3. 5   동부화력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석문면 교로3리 다목적체육관에서 개최
●2014. 5. 21  2014 지방선거 당진희망정치연대, 당진시청 앞에서 이철환 후보에 대해 사퇴 촉구
●2014. 6. 4   6.4 지방선거에서 낙선대상이었던 이철환 당진시장 낙선. 김홍장 시장 당선
●2014. 10. 30  SK가스(와 산업은행, 동부발전당진(주)을 전격 인수
●2015. 3. 30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본안접수 2014.5.31.)
●2015. 7. 9   전원개발 실시계획 재신청(최초신청 2014.6.30.)
●2016. 7. 19  당진에코파워 건설 계획 백지화 촉구 정부 세종청사 산자부 앞 규탄대회
●2016. 7. 20~27  당진에코파워 건설 계획 백지화 촉구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김홍장 시장 등 참여)
●2016. 12. 5  당진 송전선로 석탄화력 범시민대책위 주민투표 추진 기자회견
●2017. 3. 25   당진서 ‘그린피스 석탄 그만! 국제공동행동의 날 행사’ 개최
●2017. 4. 24  당진에코파워 승인 절차 중단 촉구 기자회견
●2017. 9. 29   정부 미세먼지 관리대책 발표, 당진 신규화력 LNG 전환 추진
●2017. 12. 13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보고 제8차 전력수습기본계획(안)에 “당진에코파워 1·2호기, 발전   용량 1.2GW에서 1.9GW로 확대해 LNG발전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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