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내영 당진리멤버 0416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이후 1352일(2017.12.27. 당진 453차),

당진 신터미널에서 하던 세월호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피켓팅을 마무리하고 잠정적인 휴지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몸이 찌뿌둥하고, 마음은 착찹하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정리되지 않을 고민의 무게로 발걸음이 무겁다.
더 해야 할까? 좀...더...???
사회적 참사법이 통과되어 특조위 2기가 출범한다고 해도 아직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잠시 접는 것이 괜찮을까?
정권도 바뀌었고 특조위도 가동되니 잠시 쉬었다 가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 피켓팅을 끝낼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그건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였지, 이렇게 중간에 접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서, 피켓팅 만을 잠시 접고 특조위의 조사 감시는 계속 하자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니 이 결정이 잘 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2014년 4월16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과 제주도로 이사를 가거나 여행을 가던 가족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여객선이 가라앉는 모습은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설마 저 속에 사람이 있는데 구조하지 못할 것이라는, 아니 안 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 안에 있는 국민들을 모두 구조 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고 이치였다.
그러나 그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이치를 거슬렀으며, 우리의 상식은 처절한 고통으로 무너졌다. 구조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세월호 속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손톱을 다 뜯기면서 죽어갔다. 이것이 우리 한국의 현주소임을 깨닫는 비참하고 처참한 나날이었다.

극심한 아픔과 고통으로 현실을 외면하고픈 날들이 무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참으로 무참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정부를 믿고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뭘 해야 하나? 갈팡질팡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당진에서 세월호진실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위한 피켓팅을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피켓팅 100차 거리행진이 있다고 하여 함께 참여하였다.
당진의 한 병원에서, 바로 그날 그 고통스러운 날에 셋째를 낳았던 엄마가, 그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조용한 이 나라가 나라인지,,,아이의 엄마로서 기다리라는 정부의 말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일인시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뭔가 해야 살아질 것 같아서 거리로 나왔다는 말은 죄책감으로 가슴을 옥죄었다.
2015년 4월 4일! 시행령을 페기하고 독립적인 조사 요구를 하면서, 삭발을 한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목에 걸고 1박2일 도보행진을 했다. 하늘에서는 비가 부모형제들과 함께 행진을 하는 시민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렇게 당진에서 일인시위에 동참하게 되었다.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학생들, 캐리어를 끌며 깔깔거리며 지나는 청년과 가족들, 무척 맑은 하늘은 ‘정말 예쁘다’ ‘아 부럽다. 어디로 가는 걸까?’ ‘아 나도 여행 가고 싶다’ 하며 살짝 미소를 부른다. 그러다 피켓 안에서 그들을 바라볼 미수습자의 얼굴이 떠오르면 그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꺼억거림이 올라온다. 미칠 것 같은 순간순간들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선 안된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큰 힘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지라도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함께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그 균열의 틈을 벌릴 수 있겠지.
그렇게 우리는 이 길을 걸었다. 그러다 오늘에 이르렀다.

세월호엔 희생자들의 꿈, 유가족의 아픔, 생존자들의 슬픔과 고통이 실려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끝까지, 진실을 마주할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이웃이고 시민이기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기에, 특조위 2기의 활동을 지켜볼 것이고 혹시라도 다시 거리로 나가게 될 때 머뭇거림이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아는 일이며,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할 것이기에.
더 이상 이 사회에, 이 나라에 이런 아픔과 고통이 없게 하는 기도는,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 이뤄질 것이기에.

꽃이 핀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을 리 없다.

곁에 서서 함께 걸으며 기억하고, 또 기억하고 행동할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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