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예지 기자

지난 13일 당진시 편의점 노동인권 조사 및 개선 토론방안 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 취재를 시작하기 전 내가 생각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수능이 끝나고 대학이 들어가기 직전 또는 방학 동안 일을 하는 고등학생이 이었다. 그것이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용돈 벌이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월급을 받아 사고 싶은걸 사고, 친구들과 노는 비용으로 쓰곤 했다. 그 나이대에는 하고 싶은걸 하기에 충분히 넉넉한 돈 이었던 듯 싶다.

하지만 이번 보고회에서 받아 본 조사 결과는 내 생각을 벗어났다.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생의 연령대였다. 20·30·40대 비율 모두 25%가 넘었다. 내가 용돈벌이로만 생각했던 아르바이트가 현실에서는 보다 높은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계수단’ 이었던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들은 손님이나 점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한다. 약 35%였다. 일단 내가 20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당장 인터넷을 켜 편의점 알바 실태를 찾아봤다. 매일 담배를 사러오던 손님이 어느 날 2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너는 얼마냐?” 라고 물었단다. 사람들에게 아르바이트생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직업군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물론 사람마다의 차이겠지만 화가 났다.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당진에 제법 큰 체육행사가 열려 약 2달 동안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담당부서 관계자는 늦은 밤 개인적인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수위는 올라갔다. 그 사람만의 인성문제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시청에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를 보고 그는 시선을 피했다. 사실 이런 일은 내 또래에게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사람들에게 ‘시시해 보이는 직업’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만약 그 시시한 직업을 가진게 여성이라면 어떨지 추측은 어렵지 않다.

1년에 1만 건 이상의 범죄가 편의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기사도 있다. 비단 편의점 노동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같은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일이다. 어쩌면 살면서 한번도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직업. 찰나의 순간 내 태도나 표정이 그들에게는 마음속 깊이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하고 싶다. 행동 뒤에는 책임이 따른다. 모든 노동인권, 그리고 여성들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남들이 다 그러니까 한번 그래봤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 세상에 소위 ‘시시해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기준은 너무나 포괄적이고 주관적으로 만들어진다. 당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중 69%가 여성이었다. 그들의 노동권을 지켜야 한다. 또한 소위 ‘시시한 직업’을 가진 ‘여성’도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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