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윤 교수

▲버그내(犯斤內)가 표시된 600년 전 고지도 동람도
▲버그내(犯斤內)가 표시된 600년 전 고지도 동람도

버그내는 우강면의 상징인 삽교천의 옛 이름
‘버그네’가 아니고 ‘버그내’가 맞는 것”

우리는 어려서부터 <합덕장>을 <합덕장>이라고 부르지않고 <버그내장>이라고 불렀다. 버그내는  우강면에 있는 범근내(犯斤內), 범근내포(犯斤內浦), 범천포(泛川浦), 범근천(泛斤川), 범천(泛川), 범근시(泛斤市) 등과 관련있다.

삽교천을 한자로 처음에는 범근내, 범근천, 범천 등으로 기록한 것이, 범근천(泛斤川)을 이두식으로 표현해서 버그내이다.  즉 버근내-버그내로 ㄴ이 탈락한 것이다. 그럼 왜 합덕장을 버그내장으로 오래전부터 불러올까? 

원래 합덕읍 운산리는 홍주군 합북면 운곡지역인데, 1906년 지방관제 개혁에 의해서 면천군에 편입되었다가,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시 상북리, 상운리, 하운리, 운곡리, 운구리, 신리와 범천면(泛川面;우강면) 범근시리(泛斤市里)를 병합하여 운산리라 하여 당진군 합덕면에 편입하였다. 따라서 범천면의 범근시리에서 열리던 버그내장(泛斤川場)이 합덕의 운산리로 그대로 옮겨져  계속 ‘버그내장’으로 불린 것이다. 그리고 버그내는 우강면의 상징인 삽교천의 옛 이름이다.

실제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1830)』의 예규지 면천 편에 보면, ‘면천읍에서 동쪽으로 20리 떨어진 범천면(우강면)에 버그내장이 1일과 6일자에 개설된다. 거래 상품은 물고기, 소금, 약쑥, 붕어  등이다(沔川; 泛斤川場 在邑 東二十里 泛川面 一, 六日 設. 饒, 漁, 鹽, 藥艾)’라는  기록 이 보인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범근천(泛斤川)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즉 「버그내(泛斤川)는 면천의 동쪽 30리에 있는데 임천, 한산, 서천, 남포, 비인, 흥산, 홍주, 태안, 서산, 해미, 당진, 덕산, 예산, 청양, 보령, 결성, 대흥, 석성, 부여 등 관청의 조세를 모두 수납받아 대진(大津; 한진)을 경유하여 바다에 따서 수로로 510리 떨어진 서강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위의 고기록에서  버그내 즉 삽교천에서 충청남도 19개 읍의 조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도 버그내 즉 삽교천이 이 주변에서 가장 큰 하천이다.

『세종실록지리지』보다 시간적으로 약100년 후에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 면천군 산천조에도 범근내포라는 지명이 기록상 나온다. 즉 「범근내포(犯斤內浦)가 면천군 동쪽 27리 지점에 있는데 이곳에 창(倉)이 있어 공주와 홍주목 소속 군현 세미를 수납하여 한양으로 조운했는데, 성화 14년 봄에 물이 얕아져서 배가 땅바닥에 교착하므로 아산의 공세곶으로 옮겨 갔다」는 뜻이다. 「창(倉)」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삽교천 연변에 조창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범근내포는 현재의 어느 곳으로 비정해 볼 수 있을까? 조선 제 3대 태종 13년 1413년에 면천군은 범천면(泛川面), 죽림면 등 14개 면을 관할하다가, 고종 10년 (1906년) 지방관제 개정에 의해서 홍주군의 합남면, 합북면, 신북면, 신남면, 현내면 5개 면과 덕산군 비방곶면 및 아산군 이서면, 천안의 비월지인 우평(牛平)자연부락을 편입하여 21개 면이 되었다가,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당진군에 편입되어 범천면, 마암면 등 7개면의 지역이 되었다. 따라서 범천면(泛川面)은 당진군에 속하기 이전에 면천군에 속해 있었다. 1914년 군면폐합시 범천면은 면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여 범천면이라 칭했지만, 이서면, 신남면의 일부 리는 통폐합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범근내포는 현재의 우강면 부리포 즉 옛 버그내에 있는 커다란 포구로 조세를 보관하던 큰 창이 있었다.

부리포는 삽교천을 사이에 두고 대안의 곡교천이 유입되는 곳으로, 하상에 토사의 퇴적이 많아 아산의 공세곶으로 조창을 옮겼다는 옛 기록의 설명과도 일치되는 곳이다. 현재 합덕읍내 여러 곳에서 ‘버그내’ 및 ‘버그네’ 화석지명을 찾아볼 수 있다. 합덕읍 운산리 소들문화회관내 ‘버그내 마당’, 또 합덕읍 운산리 버스터미널 뒤 ‘버그네 식당’, 합덕읍 운산리에 ‘버그네 어린이집’도 있다. 사실 이 지명들은 잘못된 것이고, ‘버그네’가 아니고 ‘버그내’가 맞는 것이다. 왜냐하면 ‘犯川’, ‘泛斤川’의 ‘川’은 순 우리말로 ‘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우강면은 원래 면천군 지역으로 범근내포 옆이므로 범천면(泛川面)이라고 불렸다. 일제시인 1914년의 전국 행정구역 통폐합시에도 이 범천면명(泛川面名)을 유지했으나, 1942년 10월 1일 지방행정구역 명칭변경에 의해서, 이곳에 있던 우평포(牛坪浦)와 강문포(江門浦)에서 한자씩 따서 우강면(牛江面)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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